10월 31일, 다가오는 할로윈으로 모든 상점들이 분주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여기는 할로윈 이벤트를 예전보다 많이 즐기는 분위기다. 더욱이 올해는 방구석 할로윈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주말에 마트 안을 지나다니다 큼지막한 늙은 호박이 눈에 띄었다. 같이 간 딸아이가 덥석 호박을 팔에 안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사고 싶은 모양이었다. 코로나로 우울한 마음에 할로윈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싶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꽤 크고 무거웠다. 우리는 끙끙거리며 호박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사보는 주황색 할로윈 호박이었다.
해마다 할로윈이 다가오는 10월쯤에는, 여기서 우왕좌왕 맞이한 첫 할로윈이 기억이 난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때 잦은 발걸음 소리가 현관문 앞에서 들렸다. 아이들이 웅성거리더니 딩동딩동 벨을 눌렀다. 너더섯명의 아이들은 색색가지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마녀 옷에 빗자루를 들고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나는 그때 알아차렸다. 오늘이 할로윈데이인 것을... 그들은 씩씩하게 다가와 큰소리로 말했다. “Trick or Treat!”
나의 머리는 이미 복잡해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이들 동화책에서나 보던 얘기가 우리 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 난감한 상황은 아주 간단히 풀이되었다. 그날 우리 집은 할로윈에 대한 준비가 1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빠른 눈치였다. 아이들이 호박바구니를 들이미는 걸 보니 정답은 거기에 있었다. 아뿔싸! 그때 하필이면 초콜릿이나 캔디가 똑 떨어진 상황이었을까. 그렇다고 가지고 있는 새우과자를 줄 수도 없고... 빈손으로 쏘리 하며 문을 닫아버리면 아이들이 실망할 모습이 눈에 선하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당황한 나머지 얼른 지갑을 들고 나와 1불짜리 노란 동전을 몇 개를 호박바구니에 겸언쩍은 미소로 넣어주었다.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내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서로 깔깔대며 커다란 마녀의 망토 옷을 흩날리며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아이들의 할로윈 트릭에서 무사히 살아남기라도 한 듯, 일단 안도감이 밀려왔다. 미안한 마음에 동전을 건넨 낯선 동양 아줌마의 성의를 알아채 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때 그 아쉬운 마음을 담아, 매년 할로윈에는 달콤한 캔디 한 봉지를 사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할로윈 유령램프 잭오랜턴(Jack- O- Lantern) 만들기
1. 호박을 조심스레 밑동을 잘라낸다.
2. 호박 안을 숟가락으로 살살 파내어준다. 이때 씨앗도 같이 딸려 나온다. *내용물은 용기에 잘 담아두자!
3. 원하는 디자인으로 호박에 그림을 그린다. (고양이 체셔:앨리스 원더랜드)
4. 칼로 잘 조각하듯이 잘라낸다.( 호박이 생각보다 딱딱하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5. 완성이 되면, 호박 안에 작은 초를 켜 두면 할로윈 호박램프 완성!
* Tip: 호박이 썩거나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커팅 부분에 바셀린을 발라둔다. 그리고 가끔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면 조금 오래 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파낸 호박씨들은 버리지 말고 구워보자!
1. 호박씨들을 물에 잘 씻은 후, 소금을 한 꼬집 넣고 10여분 정도 끓는 물에서 삶는다,
2. 그다음에 물기를 빼고 키친타월로 잘 닦아 건조한다.
3. 마른 씨앗을 팬에 살짝 볶아서 수분감을 없애준다.
4. 그 후 올리브유와 소금을 넣어 잘 섞은 후 오븐에서 20-30분 구워준다. (원하는 맛의 시즈닝을 해도 좋다. 예를 들면 커민 가루/파프리카 혹은 파슬리 가루)
몸에 좋은 구운 호박씨는 그냥 먹어도 되고 샐러드나 요거트에 같이 먹어도 좋다. 바삭하니 식감도 좋다. 마트를 지나가다 늙은 호박이 보이면, 데려오자!
지나가는 가을 자락을 붙잡고,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조촐한 재밌는 할로윈 이벤트로 저녁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사진출처: 픽사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