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장애인 영화제를 다녀오다
신혜진,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지난 11월 4일부터 7일까지 합정 롯데시네마 3관에서 ‘제 17회 장애인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장애인 영화관람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2000년부터 시작한 장애인영화제는 올해로 제 17회를 맞이했으며, ‘영화, 마음이 가까워지는 거리’라는 슬로건으로 한국 농아인협회 외 5개 단체가 공동주최했습니다.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 역사를 돌아보면 과거와 지금은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요. 과거에는 ‘한글자막’, ‘화면해설’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시·청각 장애인들은 영화를 즐길 수 없었습니다. 또한 지체장애인은 영화관 자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영화관을 가는데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장애인 영화 관람권 확대를 위해 시작한 영화제가 바로 ‘장애인 영화제’입니다.
1회 장애인영화제만 해도 배리어프리영화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서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은 기술발달로 인해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환경이 상당히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그들이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환경이 조성된 데에는 장애인 영화제의 많은 노력이 바탕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서 영화제의 상영 영화 편수는 늘어났고, 단순히 ‘장애’를 단정 짓고 비장애인과의 ‘다름’을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공존’을 이야기하는 등 질적인 성장도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장애와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비롯하여 ‘가족’과 ‘일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감, 공존, 공생하는 작품들이 출품되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는 개막작과 PDFF경선, 장애인미디어운동, 특별초청(해외초청, 국내초청, 관객초청) 4개 부문 등에서 총 24개의 영화가 준비됐습니다.
11월 4일 19시에 시작한 영화제 개막식은 장애인 영화제 이대섭 조직위원장의 개회사로 시작했습니다. 이대섭 위원장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음과 영화관람권이 확대되고 있음을 언급하며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겪는 어두운 면 외에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포함하여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품 24편이 상영됩니다. 이 영화들로 함께 소통,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개막식에는 제17회 장애인 영화제의 홍보대사인 배우 한지민씨도 참석했습니다. 한지민씨는 뜻 깊은 자리에 홍보대사로서 자리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는 말과 함께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함께 관람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더하여 “장애인 영화제가 발전하고 많은 분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기 위해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나와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의 벽을 허물고 많은 분들이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라며 장애인 영화제 축사를 마쳤습니다.
개막작 ‘깨어있으라’와 ‘새로운 동료’는 영국과 호주에서 온 2편의 단편 영화로, ‘소통’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따뜻하지만 과하지 않은 두 작품이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타인을 위한 노력의 과정 속에서 본인의 상처를 치유 받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깨어있으라’라는 작품은 비관적인 시각장애인 아나와 사교성 넘치는 시각장애인 도린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어느 날 도린이 아나의 집에 불쑥 찾아오고, 아나는 도린이 그냥 돌아가길 바라지만 열쇠 없이 현관문이 닫히는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하루를 함께 보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나의 비관적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만사가 귀찮고 무의미하게 흐르는 일상 속, 누군가 내민 손이 주는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로온 동료’는 소심남 브루스가 시각장애인 동료를 새롭게 맞이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브루스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동료의 장애를 비하하는 게 아닐까 신경 쓰며 스트레스를 받고, 조심스러워 합니다. 반면 새 동료는 브루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둘은 ‘자전거’라는 매개를 통해 소통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못타는 브루스는 동료에게 자전거를 배워나가고, 소통을 통해 그의 소심함, 두려움을 치유 받아나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마지막엔 ‘날마다 성취의 연속’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도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찼던 브루스에게 새로운 동료가 안겨다 준 변화를 관통하는 대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애인 미디어 운동’부문은 2012년부터 상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며,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미디어를 생산하는 동시에 미디어를 통해 장애를 향한 사회의식에 문제를 던지는 부문입니다. 올해는 장애인 스스로의 일상을 다루거나 고민을 표현한 작품과 장애를 향한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문제를 던지는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PDFF 경선’은 장애인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으로, 현재 제작되고 있는 장애 영화의 흐름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제17회 장애인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총 40여 편이 출품되었으며 그 중 예선을 거쳐 15편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올해 경선에는 '가족'과 '일상'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장애를 녹여내어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이 출품됐습니다. 이 중 김수정 감독의 ‘파란 입이 달린 얼굴’이라는 영화가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힘든 삶 속에서 장애가 있는 오빠와 편한 삶을 살고자 했으나 그마저도 오빠의 죽음으로 무산된 오롯이 혼자가 된 ‘서영’의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빈곤과 장애, 가족과 노동 등 수많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얽혀 주인공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표현한 영화입니다.
영화제의 슬로건인 ‘영화, 가까워지는 마음의 거리’가 무엇보다 와 닿았는데요. 장애에 대해 멀게만 느끼고 있는 마음의 거리가 영화제를 통하여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영화제를 통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의 다름을 긍정하고 이해하며 포용하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길,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변화와 함께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길 기대합니다.
영화가 가진 큰 매력은 서로가 가진 감정을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제를 통해 영화가 가진 매력을 널리 사용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장애인 영화제에 대해 알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