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뚫고 온 그대에게: 플루트가 건네는 '영원한' 위로>
<시간을 뚫고 온 그대에게: 플루트가 건네는 '영원한' 위로>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직전, 저는 다시 한번 10월 10일 밤의 공기를 기억합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 콘서트 《Timeless》. 제게 그날은 짧은 하루가 아닌, 시간 속의 시간으로 깊게 이어져 있습니다. 무대 뒤, 플루트를 손에 쥐고 조명을 바라보던 그 찰나, 제가 걸어온 모든 시간이 한 점으로 모여 조용히 빛을 내는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음악가의 길을 고독하다 말하지만, 저는 압니다. 이 길은 혼자 걸을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악보와 씨름하던 시간들,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한국의 봄'을 연주하던 고군분투의 여정, 그리고 울산여고의 든든한 후원 속에서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9번의 ‘시간 속의 시간‘ 콘서트를 하기까지,지금껏 이 모든 시간을 버티게 해 준 것은 오직 "이 소리를 누군가 들어줄 것이다"라는 연결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연주자에게 관객은 음악을 완성시켜 주는 마지막 악장입니다. 무대 위에서 바라본 여러분의 얼굴, 연주가 끝난 뒤 선물처럼 건네주신 눈빛은 말 한마디보다 깊은 공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모든 순간이 올해의 제게 가장 큰 축복이었습니다.
낡은 도시의 유령, 시간을 담다. ㅡ
제가 플루트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 작은 악기가 시간을 품는 방식 때문입니다.
이번 무대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여정이었습니다. 영원의 경계에 선 듯 고요하고 깊었던 헨델 소나타의 투명한 음색은 오래된 기억을 깨웠고, 멜 보니스(Mel Bonis) 소나타의 섬세한 선율은 낡은 도시의 ’우아한 유령'처럼 공간을 맴돌았습니다.
특히, 제가 작곡한 ’ 반구대 암각화]를 불어넣던 순간, 저는 제게 물었습니다. "지금 이 소리로 무엇을 건네고 싶은가?"
그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음악이 당신의 어깨를 대신 토닥여 줄 수 있다면."
음악, 고단함에 내려앉다ㅡ
연주자의 호흡 하나, 손끝의 떨림 하나, 악기 끝에서 부서지는 공기까지… 아무도 모르게 상처 난 마음이든, 말 못 한 고단함이든, 음악 앞에서는 모두 잠시 내려놓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습니다.
그날의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었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아름다운 한 조각의 시간’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제게 준 가장 큰 선물, 즉 ’ 연결’이 있었기에 저의 음악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만들어주신 따뜻한 자리 위에서 저는 다음 연주를 준비할 힘을 얻었습니다.
다가오는 해에도 저는 글과 음악,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모든 예술로 여러분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하루가 평안하길, 마음의 빛이 꺼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닫습니다.
시간을 뚫고 제게 와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와 사랑을 담아.
— 플루티스트 박은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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