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심위원회 - 6편>
나에게 달린 여러 꼬리표가 있다.
출신지역, 대학교, 거주지, 직업, 직급, 월수입, 결혼, 자녀 등등등.
굳이 ‘꼬리표’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들이 타인을 꼬리표대로 분류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꼬리표가 궁금해 안절부절 하기 때문이다.
꼬리표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만족하지 못한다. 꼬리표 때문에 자신이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 출신지역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니 억울하고, 대학교는 고3때 성적으로 정해진 것이니 억울하다. 그 성적마저도 어느 날, 어느 시험으로 나를 평가한 것이다. 중3때, 고1때 성적으로 정할 수도 있지 않은가. 직업도 어쩌다보니 정해졌고, 월수입, 결혼, 자녀...무슨 계획을 가지고 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 어쩌다 보니 현재의 내가 되었다. 어느 꼬리표는 싫고, 어느 꼬리표는 굳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친한 사이더라도, 스스로 말하기 전에는 꼬리표를 묻지 않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도리다. 스스로 말하기 전까지 꼬리표를 물어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기본적 도리를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니 군인이다. 유독 군인에게는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화의 주제가 군대이야기로 되면 군인에게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군은 가장 대표적인 피라미드 조직이다. 경사도가 아주 가파르다. 피라미드 경사도가 가파른 만큼 원하는 직급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조직이다. 계급의 경사도가 가파른 만큼 군인에게 계급과 보직을 물어보는 것은 큰 실례다. 대부분은 자신의 계급과 보직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정확히 그 반대로 행동한다.
택시기사나 심지어는 기차 옆자리에 탄 아저씨도 내가 군인임을 알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계급이 뭐예요?”
“육사 출신이에요?”
“병과는 뭐예요?”
“어디 근무해요?”
이걸 공무원으로 바꿔보자.
“몇 급에요?”
“어느 대학 나왔어요?”
“7급 출신이에요? 행시 출신이에요?”
“행정직이에요? 기술직이에요?”
“국가직이에요, 지방직이예요?”
생각해보면, 많은 직업 군인들은 장교가 아니다.
하사, 중사, 상사, 원사, 준위가 훨씬 많다.
육군사관학교는 연간 300명도 배출하지 않는다.
장교의 대부분은 비육사 출신이며, 이들 중에서도 탁월한 장교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군 경험, 또는 조금 아는 군 지식을 동원해 공감하겠다는 선의의 표시였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선의는 자칫 무례나 불쾌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는 연인을 왜 만나는가. 설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왜 설레는가. 그 사람에게 모르는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왜 모르는 것을 직접 물어보지 않는가. 인간의 기본적 도리이기 때문이다.
연인에게도 모르는 부분을 남겨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