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그래선지 더위는 막연하다. 소나기는 어떤가. 볼 수도, 들을 수도, 만질 수 있다. 구체적이다. 여름에 질감이 있다면 그것은 소나기다.
어릴 적 비가오면 마루 앞에 나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구경했다. 슬레트 골로 떨어지는 빗줄기에 손등을 갖다대면 두둑 두둑 떨어지는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손을 좌우로 흔들면 빗줄기는 물방울이 되어 옆으로 튀었다. 상쾌했다. 어머니가 "그러면 사마귀 난다"고 겁을 주었다. 그런 게 어딨냐며 나는 계속 손으로 물을 튀겼다.
그리고 얼마쯤 지나 손 등에 사마귀가 생겼다. 매일 사마귀를 칼로 자르고, 손으로 뜯었다. 피가 나면 아프기보다는 왠지 통쾌했다.
'이놈이 드디어 죽는구나'
8월 소나기가 오면 떨어지는 빗줄기에 손등을 펴봐야겠다. 여름의 질감이 거기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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