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계절-가을)
군대시절, 연천의 562탄약고 보초를 섰다. 새벽근무가 끝나면 고참 뒤에서 탄통을 들고 따라 걸었다. 기차가 끊긴 시간이면 지름길인 철길로 돌아왔다. 세상은 너무나 조용했다. 나는 그저 헛딛지 않으려고 침목만 보면서 걸었다. 멍하니 걷는데 갑자기 은하수가 보였다. 자연스레 하늘을 올려보니 별이 가득했다. 별들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동그란 구의 원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위로가 되었다.
은하수를 떠올려 보니, 은하수는 언제나 느닷없이 보였다. '어. 은하수네' 하면서.
삶은 느닷없이 나타났다 이유없이 사라지는 것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작가의 가벼운 글을 모은 책이다. 그런데도 순간을 낚아채는 다자이 오사무의 솜씨는 놀랍다.
곧 2월이니, 조금 있으면 봄이다. 지금 봄도 단장을 마치고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조금씩 신호를 보내다 어느순간 봄바람을 날릴 것이다. 나는 그때서야 알아챈다. '어. 바람냄새가 달라졌어' 하고 말이다.
가을의 작가들도 50대에 많이 죽었다. 거기엔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삶에 까닭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느 새, 어느 때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https://blog.naver.com/pyowa/222634986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