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믹스커피를 탄다. 종이컵을 들고 창가를 내다본다. 출근길 풍경이야 어디나 비슷할테지만, 세종청사 출근길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정부청사 근처엔 정부청사만 있다. 학교도, 회사도, 아파트도, 노점도 없다. 출근길엔 공무원만 있다. 이십대 젊은이는 없다시피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보이지 않는다. 출근길 공무원이니 모두 청사로 향해간다. 버스중앙차로에 내려 건널목에 몰려 있다. 신호가 바뀌면 물꼬가 열린 듯 각자의 건물로 흩어진다.
그들은 평범한 머리모양, 무난한 옷, 편안한 신발, 편리한 가방을 장착하고 출근한다. 여러해 근무하면서 저절로 골라진 것들이다. 그래선지 다들 비슷한 모양새다. 발자크가 '공무원 생리학'에서 '공직이라는 생태환경이 동일한 공무원 생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오늘 아침 건널목을 보았다. 신호가 바뀌자 모두 검정 옷을 입고 청사건물에 스며들어갔다. 강물이 삼각주에서 퍼지듯, 넓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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