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아래 직장에 다녔었다. 회사에서는 자주 남한산성에 올라갔다. 위례신도시가 생기기 전이었다. 내려다보면, 사격장, 군부대, 거여마천지구를 지나 '엘리트레파'가 있었고 그 뒤로 한강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이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왜 내 집은 없을까'를 막연히 생각했다. 열심히 회사를 다녀도 아파트를 가질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너무도 막연해서 생각이라기보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아파트는 계속 지어지고 있었고, 부셔지는 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집은 늘어날텐데 왜 집은 모자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관적으로 이 부조리는 탐욕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보니 아니었다. 그땐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집도 사람도 낡아간다. 사람이 나이만큼 늙어가듯, 집도 연차만큼 비율적으로 낡아간다. 시간의 비율로 멸실되는 것이다. 그렇게 살만한 집은 줄어든다.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임대주택이나, 개보수 여력이 없는 자가주택은 사람이 살고 있지만 비율로 멸실되는 중이다. 공실로 향해간다. 공실이 누적되는 지역은 점점 버려지는 주거지가 된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의 힘은 발권력에서 나온다. 발권력을 통해 인플레를 만들고, 모든 경제주체의 자산가치를 희석시킨다. 국가의 부채도 동시에 희석된다. 결국 부증성이 있는 자산만이 가치를 유지한다.
국가와 같은 입장에서 투자해야 한다. 국가의 입장을 알려면 국가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국가가 나를 걱정하면서 '빚을 내지 말라'고 말한다. 그 말에 집중하면 안 된다. 국가가 빚을 희석시키면 나도 빚을 늘여야한다. 국가가 자산을 사모으면, 나도 여력이 되는데까지, 레버리지의 힘 닿는데까지 같이 모아야 한다. 국가와 한 배를 타야 한다.
국가가 시장을 잡겠다고 호언하는 것은, 정책이 가해지지 않으면 시장은 국가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선언해주는 것이다. 국가의 호언이 실패하면 시장은 국가의 의도와 반대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이다.
대선이 한참이다. 후보들이 주식시장, 부동산시장에 대해 정책을 발표한다. 3년전, 2년전 국가의 호언장담들은 유튜브에서 쓸쓸히 늙어가고 있다. 모든 대선 후보들이 정책의 실패였다고 자책하고 질책하고 있다. 자책이건, 질책이건 모두 말이다. 그들의 말은 시장에서 휩쓸리는 개인들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대선후보의 말도 결국 말일 뿐이다.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에 집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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