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서 45년동안 살아 온 할머니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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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이촌동 에어비앤비에서 이틀을 잤다.

정갈한 할머니께서 운영하셨는데, 모든 게 깔끔하고 정성이 베어 있었다.

아침을 챙겨주셨는데, 마치 대학 하숙집 아주머니가 챙겨주는 아침상 같았다.


식탁에 앉아 있으면, 가스레인지에 국이 끓고, 후라이팬에 지짐이가 부쳐지고 있었다.

밥을 먹으면 식탁에 나란히 앉아서, 살아오신 이야기를 이것저것 들려주었다.


지금 아파트에서 45년동안 살았고, 월급쟁이여서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다행히 지금은 18억정도 한다며 아파트가 효자라고 말씀하셨다.


재테크 관점에서 할머니에게 아파트는 효자였을까.

그저 인플레만큼 가격이 오른 것일뿐, 가치는 똑같지 않았을까.

오히려 이 아파트 때문에 여러 기회를 놓치게 된 건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사용가치가 떨어지는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닌가.


갈아타기 없는 1주택은 삶에 아무런 변화를 가지고 오지 못한다. 그것이 보였다.

1주택이더라도 시장을 꾸준히 관찰하고, 시간이 되면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할머니 살아생전엔 재건축 되지 않을 걸로 보였다.


그건 그렇고, 할머니는 왜 돌아가신 할아버지 흉을 그렇게 보실까.

할아버지라는 역경을 돌파했다는 무용담이신지....

이틀동안 아침을 먹으며 돌아가신 할아버지 흉을 잔뜩 들었다.

동의하는 척 했지만, 동의하진 않았다. 그때 기준으로는 할아버지도 열심히 사셨을 테니까.


너무나 만족스러운 에어비앤비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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