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는 상속종료선언이 아니다.

(법률에세이 4편)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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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사건'이다. 죽었다는 사실만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는 '의사'도 '표시'도 없다. '의사표시'가 없으므로 법률행위가 아니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죽음의 후속조치가 진행될 뿐이다. 죽음이 그렇듯, 상속 역시 유족이 슬퍼하건 그렇지 않건 아무런 상관없이 진행된다.


친척 중 한 분이 얼마전 돌아가셨다. 젊은 나이였던 만큼, 안타까움과 슬픔은 컸다. 죽음은 원래 그렇다는 듯 상속은 개시되었다. 상속은 사건이므로, 상속인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다. 고인은 많은 부채를 남기고 영면하셨고, 부채는 상속인에게 그대로 포괄승계된다.


언뜻, '상속포기'라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상속포기는 상속을 종료시키는 선언이 아니다. 상속포기는 상속에서 탈출하는 선언이다. 탈출이므로, 누군가를 남겨두고 탈출하였다면 남겨진 그가 모든 것을 상속받는다. 부채까지도.


상속은 4순위까지 있는데, 아들딸,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종조부모, 사촌, 외사촌까지 그 범위가 너무도 넓다.(민법 제1000조 제1항) 그러므로, 모두 탈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상속포기'보다는 '한정승인'하는 것이 낫다. 한정승인은 상속인이 재산에서 부채를 제외하고 상속'받겠다'는 선언이다. 탈출 선언이 아니고 '받겠다'는 선언이다. 상속권자가 남아 있으니, 상속권이 후순위자에게 미뤄지지 않는다.


죽음은, 상속이라는 '사건'은 우리들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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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민법 제1000조(상속의 순위)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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