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점이 있었다.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 서현)(1/5)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2874787430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던 책이다. 그 덕에 우리집 책꽂이에 가만히 꼽혀는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오스틀로이드님 추천으로 꺼내 읽는 중이다. 건축에 대해 쉽게 설명하면서도 전혀 뽐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통찰력, 세련된 감각, 매력적인 문장이 숨겨지지 않는다. 이제 겨우 60쪽 읽었다.


건축 관련 책인데도, '점'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태초에 점이 있었다'라고 시작하는 듯하다. 이어 선의 특성을 설명하고, 구획되는 원리를 보여준다.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비례에 대해 말한다.


건축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공간 속에 사람이 있다. 공간 속에는 건축가의 바램이 담긴 시선처리와 동선이 있다. 건축가는 빛과 그림자를 구성해내고, 창밖에서 보이는 내부와, 창틀을 통해 보이는 외부를 계산한다. 낮과 밤에 따른 변화를 생각에 넣는다. 우리는 움직이면서 점과 선과 면을 보고,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비례를 알게 모르게 느낀다. 건축물을 감상하기 위해선 줌인, 줌아웃이 능숙해야 한다.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모든 건축물은 전체적으로 보아도 공간, 면, 선, 점이 있으며, 작은 부분을 가까이 보아도 점, 선, 면이 있다. 그들에게는 비례가 있다.


건축가는 시선과 동선을 처리한다. 사람은 생각하므로 무언가를 보고, 느낀다. 직관과 지식을 통해 예측한다. 건축가는 인간의 생각과 느낌을 이용해 예측하게 만들고, 예측을 이용한다. 예측대로 건축하여 사용자를 편안하게도 하고, 파격을 주어 신선한 감각을 느끼게도 한다. 편안함과 파격은 긴장을 만들어내고, 긴장은 기쁨을 만들어 낸다. 건축물에서 긴장을 찾아내고, 건축가의 재치를 발견할 때 나는 즐겁다.


대학때 교양건축을 들었던 게 생각난다. 과제가 2가지 였다. 조감도 그리기와 리포트 쓰기였다. 전지 하드보드지에 대학교재에 있는 2층 단독주택 조감도를 따라 그렸다. 아마도 소실점을 배우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살고 싶은 집, 걷고 싶은 거리(이건영, 1987)'라는 책을 읽고 리포트를 써냈다. 문과생들만 있는 우리 캠퍼스에 건축에 인문학적 측면이 많다는 걸 보여주려 하신 것 같다. 이후로 나는 건축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효형출판 책도 좋아한다. 편집, 도판 모두 좋아 한다.


조금 읽었는데 흥미진진하다. 나머지 부분도 너무나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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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은 위치가 있으나 부분이 없는 것.

선은 점이 움직인 궤적.

면은 선이 움직인 자취.

공간은 점.선.면의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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