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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예전 아주 먼- 예전의 일이다.
신문에 복권 1등 당첨기사를 봤다.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30대 청년이 40억에 당첨되었다는 기사가 있다. 아침에 신문을 돌려보다 사무실이 술렁였다. 확률이 어쩠다는 둥, 야바위라는 둥, 확률은 확률이고 결국 당첨된 사람은 있다는 둥의 이야기가 오갔다. 지금도 40억이면 큰 돈인데, 20년 전이었으니 가늠도 되지 않는 돈이었다. 모두 부러워하며, 신세한탄을 이어나갔다.
동료 한 명이 분연히 일어났다. 그리고 진지하게 선언하였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연히 부러워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느냐. 실제로 해 보자. 확률대로 나오는지, 실제 당첨금은 평균 얼마인지 알아봐야할 것 아니냐. 해보고, 가망이 없으면 영원히 하지 않으면 된다.'는 취지로 일장 연설을 하였다.
하나 둘 모으니, 사무실에서 7명이 뜻을 같이했다. 7명이 7달 동안 복권을 사기로 한 것이다.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모임명은 '복권대박계'다.
2. 매일 출근할 때 500원을 모금통에 넣는다.
3. 매월 한 번씩 모금통으로 즉석복권으로 산다.
4. 7명이 매월 순서를 정해 그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서 긁는다.
5. 당첨이 되면 그 삶이 모두 가진다.
이렇게 우리는 7달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근무일에만 500원을 넣었기 때문에 한 달이 지나면 대충 10만원 정도가 모였다. 10만원어치 즉석복권을 사면 한 뭉큼이다. 점심시간에 탁구대에 가서 동전으로 긁는다. 10만원어치를 동전으로 긁으면 엄지손가락이 아파서 한 번에 긁을 수가 없다. 7명이 나누어 긁는다. 은근히 긴장되고, 곳곳에서 희열과 탄식이 크고 작게 나온다.
그래서 얼마가 당첨되었는가. 딱 35%정도로 당첨된다. 당첨복권을 다시 즉석복권으로 바꿔온다. 이제 10%가 된다. 다시 3%, 1%가 되어서 0원이 된다. 그렇게 한바탕 파티가 끝난다. 그렇게 7개월간 복권대박계는 계속되었고, 10만원짜리 한 번 된 걸 제외하면 언제나 35%만큼만 당첨되었다. 10만원짜리도 한 번 긁었을 뿐이다. 매달 0원으로 끝났다.
7명 모두 복권의 시스템을 복권을 끍으며 손끝으로 느꼈다. 확률이 아니라 긁어가며 알게 되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7명 모두 다시는 복권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후로 나는 복권을 사지 않는다.
매달 한 번, 청년 7명이 점심에 강당에 모여 침묵, 희열, 탄식을 반복했다. 언제나 그렇듯, 허탈해하며 강당을 돌아 나왔다.
우리의 뒤에는, 복권을 긁었던 은박가루가 반짝반짝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