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훈장이 밥이 되진 않았다.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033806179


누구나 죽는다. 죽고나면 그 많았던 기쁨, 슬픔, 가족과의 기억도 사라진다. 점점 잊혀져 이름만 겨우 남는다. 묘비에 가보아도 태어나고 죽은 날짜와 장소만 있을 뿐이다.


국립묘지 안장자는 국립묘지 안장 전에 심사를 받는다. 묘지 안장자격이 있더라도 중한 죄나 파렴치범죄로 처벌받은 경우까지 국립묘지에 안장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인들은 이미 돌아가셨다. 어떠한 삶을 사셨는지, 얼마나 힘드셨는지, 행복하셨는지 알 수 없다. 관공서에는 공적 기록만 남아 있다. 이름과 숫자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름과 숫자로 대표되는 짧은 기록에 삶 전체가 담겨 있었다.


어느 날 시골 한 청년은 모병관에게 붙들려 전쟁에 참여한다. 어느 모병관을 만났느냐에 따라 국군이 되기도 하고, 인민군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모병관을 만났느냐에 따라 전우가 되기도 하고, 죽여야만 하는 적이 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죽었으나, 청년은 죽지 않았다. 전쟁은 끝났고 청년은 무공훈장과 함께 사회로 돌아왔다.


무공훈장이 밥이 되진 않았다. 배운것도 없고, 기술도 없는 청년은 먹고 살기 바빴다. 청춘의 객기로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고 경찰에게 잡혀가 맞기도 맞았다. 그런 시절이었다. 청춘이므로 종종 설렜다. 색시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쇠사슬 같은 가난을 벗어날 순 없었다. 기술을 배워 트럭을 몰았다. 행복도 잠시, 사고를 냈고 합의금을 주고 나니 벌어놓은 돈은 사라져 버렸다. 이런 저런 홀림에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사기를 치기도 했다. 재판을 받기도 하고, 감옥에 가기도 했다. 돌아와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50대가 되었다. 아이들은 독립해 떠났다. 독립하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스스로가 대견했다.


60대가 되면 인생은 곧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뽐낼 정도는 아니지만 이쯤이면 잘 살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아내에게 미안할 뿐이다. 인생이란게 마음대로 끝나는 게 아니어서, 70대, 80대를 지나 90대가 되었다. 90대가 된 노병은 외롭게 지내다 요양원에서 죽었다.


90이 넘은 노병의 이름 옆에 태어난 날과 사망한 날이 쓰여 있다. 무공훈장과 무공의 내역이 쓰여 있었지만, 밥을 벌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의 삶은 쓰여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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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042rVkrfzqo



A Thousand Winds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s rain.


When you awake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내 영혼 바람되어>


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는 천의 바람이 되어

찬란히 빛나는 눈빛 되어

곡식 영그는 햇빛 되어

하늘한 가을비 되어


그대 아침 고요히 깨나면

새가 되어 날아올라

밤이 되면 저 하늘 별빛 되어

부드럽게 빛난다오


그 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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