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수, 무죄의 기술)(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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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하게 적절한 감정을 섞어가며 변론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의뢰인의 주장을 듣고 법논리와 판례를 섞어가며 의견서를 작성한다. 의뢰인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게 그것이었다며 정말 유능한 변호사님이라고 인사한다. 재판이 끝나면 법정에서 격정적으로 변론해주셔서 속이 다 시원하다며, 승패는 상관없다며 감사 인사를 한다. 패소하면, 고소인, 검사, 판사를 욕한다. 고등법원, 대법원에서까지 패소하면 우리나라 사법이 썩었다며 법원 정문을 나온다.
재판결과에 좋지 않다며 의뢰인을 설득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았지만, 재판부와 의뢰인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설득하는 변호사들이다. 의뢰인은 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하느냐고 불평한다. 재판부를 위한 변호사가 아닌지 헷갈린다. 변호사는 법정은 자존심 싸움데가 아니며 승패가 중요하다고 설득하지만, 의뢰인은 그런가하면서도 찜찜하고 억울하다. 냉정을 유지하는 변호사는 의견서도 담담하고, 변론도 흥분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열심히 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의뢰인은 보기 어렵다.
재판을 하다보면 법령이나 판례에도 반하는 택도 없는 주장을 하는 변호사가 있고, 다른 증거로 넉넉히 유죄가 되는데도 증거 하나의 신빙성을 굳이굳이 다투는 변호사도 있다. 별 희한한 정상자료, 참고자료를 제출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고려하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었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변론을 하는 변호사도 있다.
존경하는 선배님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다. '보여주기식, 감정적인, 흥분하는 변호사가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실 줄 알았다. 선배님은 '아니야, 의뢰인이 원하는데로 주장하는 게 변호사의 역할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승패는 승패일 뿐, 주장마저 못하게 한다면 그 억울함은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되물으셨다.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서 나는 아무말도 못했었다.
확실한 건, 속 시원하게 말하고, 흥분하며 말하면 승패에 불리하다. 증거없는 사실은 없는 사실이고, 증거를 믿을 것인지, 말 것인지는 판사의 권한이다.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판사의 권한이다. 객관적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은 판사를 통해 확정된다. 그러니 판사와 싸우고, 재판부 가르치려 들려하고, 되지도 않는 주장을 하면 불리함이 하나둘 쌓인다. 불리함이 하나둘 쌓이다보면 결국 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