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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y 01. 2023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3/4)

https://blog.naver.com/pyowa/223090627968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의학의 발달로 할 수 있는 치료는 무한에 가깝게 되었다. 어느 순간에 이르면 치료인지 실험인지 모를 수술과 처방을 받고 있을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도 크지만, 치명적인 것은 실험대상이 자신의 몸이라는 점이다. 실험 강도가 높아질수록 각 기관의 유기적 연결은 약해지고 쉽게 먹통이 될 것이다. 약해진 몸은 마음마저 약하게 만들 것이다. 이성적 판단도 어려워질 것이다. 의사들이 공포를 전면에 내세우면 나는 공포에 겁먹어 실패확률을 감수하게 될 것이다.


의학적으로 치료의 끝이 없다면, 어느 시점에 치료를 끝내기로 마음 먹어야 하는가. 어떤 위험은 기꺼이 감수하고, 어떤 존엄은 포기할 수 없을 것인가. 그것이 확률이라는 틀로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어디에 내 삶을 걸 수 있을 것인가. 평소에 생각해 놓지 않는다면, 약해진 마음으로 갈팡질팡할 것이다. 생각해 놓는다 한들 크게 흔들릴 것이다.


예전에 블로그에 쓴 글인데, 공포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공포를 심어주고, 공포를 극복할 처방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공포가 존재하면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그들은 처방을 만들어 낸다. 아무리 단계가 나쁘게 진행되어도 그들은 무언가 할 것이 남아 있다며 뭔가를 보여줄 것이다. 이전의 실패를 당당히 둘러댈 것이다. 이번엔 성공할 것이라며 호기롭게 이야기할 것이다.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나는 그들의 호언장담에 속는 듯 흔들릴 것이다.


공포는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데에 본질이 있다. 공포는 갑자기 들이닥치기 때문에 부정적 가능성이 커보이게 되고, 따라서 대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변호사는 구속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서, 의사는 고통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서, 종교인은 피안에 대한 공포를 이용해서, 군수업체는 전쟁에 대한 공포를 이용한다. 그렇게 공포를 이용해서 돈을 번다.(그런 사람들이 있다)

(2013.7.30. 블로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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