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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y 02. 2023

각자 자기 길이 있기는 한 건지 잘 모르겠어.

(염소의 맛, 바스티앙 비베스)

https://blog.naver.com/pyowa/223091400407


만화책인데, 대사도 거의 없어 10분이면 볼 수 있다. 


무대는 파란 수영장이다. 수영복을 입은 젊은 남녀가 우연히 만난다. 호감을 느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게 되고, 같이 수영을 한다. 약속이라 할만한 것은 없다. '다음 주에 봐' 이정도. 그러니 수영장에 오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청년은 수영장에 도착하면 그녀를 찾는다. 없다. 수영하면서도 관람석, 물 위, 물 아래를 틈틈이 본다. 설레는 대상이 언제나 그렇듯 그녀가 나타나면 멀발치에서도 순식간에 알아챈다. 무심한 듯 곁에 가 몇 마디를 나누고 마저 수영을 한다. 어느날부터 그녀는 수영장에 오지 않았다. 마지막 씬에서 청년이 긴 잠영을 한다. 그날도 그녀는 오지 않았었다. 헤엄치는 그녀가 물속에 나를 보고 환히 웃어주었다. 꼭 그런 것만 같았다.


돌아보면, 청년시절에 다들 확신이 없었다. 나의 길을 제대로 찾은 것인지,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인지, 청춘은 원래 이런 것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 나의 연인은, 주변의 사람들은, 책속의 사람들은 왠지 나보다 더 잘 알고, 더 익숙한 듯 했다.


대사가 없기도 하지만, 물 속 장면이 많아서인지 읽고 있으면 마치 물 속처럼 아무런 소리도 없는 것만 같았다.


- 수영은 왜 그만 뒀어?

- 그냥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 그러면 네 길은 뭔 거 같은데

- 그건 몰라. 넌?

- 글쎄...사실, 난 각자 자기 길이 있기는 한 건지 잘 모르겠어.

(염소의 맛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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