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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y 07. 2023

'고통과 죽음을 몰랐느냐'는 차가운 시선

(에브리맨, 필립로스)

https://blog.naver.com/pyowa/223095488144


죽음에 관한 소설 두 권이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톨스토이)'과 '에브리맨(필립 로스)'이다. 이반 일리치는 1884년 러시아에서 죽었고, 2006년 미국에서 에브리맨의 '그'가 죽었다. 122년이 떨어진 이야기이지만,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같은 이야기였다.


성취, 행복, 지혜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죽는다. 거기엔 아무런 차별도 없다. 죽음, 고통,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같다. 몸의 고통이 자신을 공격해와서 존엄을 흔들고 수치스럽게 만든다. 기계가 나를 돕는 건지, 몸이 기계에 매달려 있는지 모를 시간이 반복된다. 어느 순간 몸은 약의 저장고가 되어버린 듯 약에 취해 살게 된다. 죽음이 가까워올수록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감정마저 변해간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평범한 사람들일 뿐인 에브리맨(everyman)이니까. '에브리맨'에서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3인칭인 '그'다. 우리는 누구라도 '그'가 될 수밖에 없는 삶을 차곡차록 해치우고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죽음의 전선에 서면, 우리는 학살당한다. 잠시 발버둥을 처보지만, 이내 죽음은 전투의 대상이 아님을 깨닫는다. 일방적인 패퇴만이 있을 뿐이다. 패퇴의 계획마저도 무기력해지는 무자비한 패배만이 있을 뿐이다. 죽음의 전선에 서지 않는 자는 죽는 자를 보면서 자기 차례가 아님을 안도한다. 죽는 자는 세상이 자신의 죽음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잘 돌아갈 거라는 데 당황한다. '고통과 죽음을 몰랐느냐'는 시선에 상처받고, 따뜻한 위로를 찾으려 두리번 거리지만 모두들 자신의 죽음과 상관없이 바삐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뿐이다.


https://youtu.be/-PZQvMY_X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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