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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y 31. 2023

그래도 참 멋진 중년이었어

https://blog.naver.com/pyowa/223116073016



내 젊음의 순간을 좀 더 아꼈어야 했습니다.

(오스틀로이드)


시간의 길이는 모두 같다. 예전의 1년도, 지금의 1년도, 훗날의 1년도.


시간의 속도는 다르다. 유년의 일년은 인생의 1/5, 청년은 1/20, 중년은 1/50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가속된다.


시간은 긴 화살표처럼 이어지다 어느순간 마침표를 찍는다. 언제 찍힐런지는 모르지만 결국 찍힌다. 마침표는 다가오고 남아 있는 시간은 줄어간다. 젊은시절 시간은 널려 있었고, 나는 주체할 수 없었다. 시간은 나를 지나가버렸고 돌아오지 않았다. 나에게 다가올 시간은 점점 작아져 어느순간 손에 쥐어지는 구슬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작아지는 구슬을 안타까워할 것이다. 나야 어떻게 되건 무심히 피고질 목련이 야속하면서도 애틋할 것이다.


대학의 첫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91년 봄날 법대 2205 강의실에서 민법총칙을 듣고 있었다. 창밖에는 들떠 걸어다니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뭔가 재밌는 일로, 설레는 약속으로 꽉 차 있어 보였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대학생활이 실망스럽기도 했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설레기도 했다. 시간은 넘쳐났고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으니 나에겐 가능성만 있었다. 뭔가를 생각만 했다. 생각마저도 없는 때가 많았다.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미루었다. 미뤄놓고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이유를 댔다. 그 다음, 그 다음을 생각하며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필코 찾아내었다. 그렇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은 계속되었다. 도전하고 실패하면 되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젊음의 순간은, 설레이는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 데 그러지 못했다.


삶에서 젊음만이 안타깝겠는가. 변화없는 젊음이 무기력했듯,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중년도 빛나지 않겠는가. 노년이 되어 지금이 모습, 이 마음이 떠오르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그래도 참 멋진 중년이었어'


https://youtu.be/g6Ay8WteZ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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