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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n 01. 2023

디지털 몰핀은 달콤한 공짜사탕

(인스타 브레인, 안데르스 한센)

https://blog.naver.com/pyowa/223113577675


언제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화장실을 갈 때도 휴지보다 스마트폰을 먼저 챙길 지경에 이르렀다. '구독'과 '좋아요'가 '사랑'과 동급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책은 뇌가 스마트폰에 중독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삶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 완벽하게 동의한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보지 말자고 다짐했다. 비행모드로 바꾸었다. 화장실 가는 길에 비행모드를 해제하고 열어보았다. 휴대폰을 열어볼 이유는 차고 넘쳤다. 알아볼 것도 있고, 신청할 것도 있고, 이체도 해야하고, 카톡 답장도 해야했다. 그러다 이내 반성하고 스마트폰을 껐다. 스마트폰을 줄이라는 책의 독서노트를 쓰고 있는데도 꺼져 있는 스마트폰 생각이 머리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생각의 경련같은 금단이 느껴졌다. 아. 심각하구나.



'좋아요', '공감'

블로그를 쓰면서 '공감'버튼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조그만 블로그니까 누가 공감을 눌렀는지 모두 보인다. '공감'이 늘었을지도 모른다는 간질거림이 블로그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게 한다. 공감이 몇 개인지가 나의 삶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다. 나중에 확인한다고 해도 공감버튼이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공감에 목매이게 된다. 디지털 몰핀이다.



몰핀은 삶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디지털 랜덤박스에 꽂혀서 새로고침을 반복한다. 새로운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새로고침하고, 놓치는 중요한 피드가 없을까 스크롤에 스크롤을 이어간다.  새로운 정보는 아무리 유익해도, 재밌고, 신기해도, 남의 정보다. 본질은 남의 이야기다. 보통은 먼 이야기다. 대부분은 나에게 영향이 있을 때 그때 감당해도 충분한 정보다.



랜덤은 도박과 같다. 나의 뇌를 홀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든다. 스마트폰은 수많은 디지털 랜덤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순간, 어디에선가 디지털 보물이 발견될 것만 같다. 다들 보물을 주워가는데, 나만 놓치는 건 아닌가 불안해 진다. 스마트폰은 작은 사탕같은 몰핀을 촘촘히 뿌려 놓는다. 나는 그것을 주워 먹으며 산만한 하루를 보낸다. 멀티태스킹이라는 멋진 말로 비효율을 효율로 둔갑시킨다. 산만함에 시간을 소모해 나의 몸, 나의 음식, 나의 잠, 나의 가족에 집중할 시간이 모자란다. 몰핀이 그렇듯 점점 삶과 몸이 피폐해진다.



남의 생각은 놓쳐도 된다. 그건 남의 일이다. 내 생각을 놓칠까 두려워해야 한다. 내가 움직이고, 내가 보고, 내가 들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쓰면서 생각해야 한다.



뇌는 믿을 게 못 된다. 뇌는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진화하지 못했다. 수렵시대에 최적화된 뇌가 현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독거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디지털 몰핀을 주변에서 치우고, 수렵시대에 최적화된 뇌가 만족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야 한다. 충분히 먹여주고, 재워줘야 한다. 중독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디지털 몰핀은 달콤한 공짜 사탕이다. 하루종일 주워 먹다가는 눈동자가 퀭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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