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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n 13. 2023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땐...

(끈기보다 끊기, 유영만)

https://blog.naver.com/pyowa/223127249487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사업하면 어떻게 되는가. 빨리 망한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뿐 망한 원인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 재기할 수 없다.  독학으로 악기를 열심히 하면 어떻게 되는가. 잘못된 습관이 깊게 벤다. 레슨시간에는 잘못된 버릇 고치기 바쁘다. 잘 고쳐지지도 않는다. 연습장에서 홀로 골프스윙 열심히 하면 어떻게 되는가. 돈, 시간, 몸을 썼지만 우스꽝스러운 폼이 고정될 뿐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누구나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생각하고, 고민하고, 근거를 찾고, 자문을 구했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목표가 다다르지 않는다면, 때가 아니라거나, 운이 없다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자산을 더 많이 투입한다. 매몰비용은 점점 늘어나 더욱 포기하기 어렵게 된다.


턱도 없을 땐 오히려 포기가 쉽다. 판단이 잘못되었음에 의문이 없으며, 노력을 한다한들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을 때다.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때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다는 '가능성'이라는 마약이 계속 앞에 떨어진다. 그 마약에 취해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한다. 시간과 자산을 더욱더 투입하여 매몰비용을 늘려간다. 달콤한 유혹을 끊어내지 못하고 끈기와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좀 더'를 외친다. 많은 기회비용과 가능성이 곁으로 스쳐지나가지만 알아채지 못한다.


대학시절 고시공부하는 선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야, '인형뽑기'와 '고시공부'의 공통점이 뭔지 아니?"

"음...음.... 모르겠는데요?"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는 거야. 턱도 없이 떨어지면 포기하겠는데,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고, 과락으로 떨어지고 하거든. 그러면 포기할 수가 없어. 누구나 그렇게 돼. 그러다보면 40대 고시생이 되어 버리는거야. 정말 무섭지."

그때 나는 덜컥 겁이 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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