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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n 18. 2023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는 배울 수 없다'는 헛말

(feat. 내 마음속 자전거 2권)

https://blog.naver.com/pyowa/223132324624


https://blog.naver.com/pyowa/222348785346


큰 아이가 4학년인데 2주전까지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다. 가르쳐준다고 해도 보조바퀴 달고 다니면 된다니 그러라고 했다. 서울로 이사갈건데 보조바퀴 달고 다니면 엄청 챙피한거라고 말하니 배우겠다고 한다.



나는 자전거 가르치는 법을 만화  '내 마음속의 자전거' 로 배웠다. 가르치는 사람도 잡아주지 않아도 되고, 배우는 사람도 넘어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다. 잡아주지 않으니 힘들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니 무섭지 않다.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 배울 수 없다'는 말도 다 헛말이다.



아래 만화처럼, 페달을 뗀다. 두 발로 자전거를 밀고 다닌다. 자신의 두 발로 밀고 다니니 넘어질 수가 없다. 밀고 다니면 조금씩 멀리 밀 수 있게 된다. 밀고 다니다 2미터 정도 가면 페달을 달아준다. 끝이다. 



자전거를 배우는 핵심은 중심이 흐트러질때 몸은 어디로 기울이고, 핸들을 어떤 방향으로 돌려 중심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있다. 그것은 감각의 영역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감각으로 느끼게 해야한다.  그런데 페달이 달려 있으면 감각이 잡히기 전에 자꾸 페달을 돌리게 된다. 페달을 돌리니 중심이 흔들리고 넘어져도 페달 때문인지, 중심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자꾸 페달과 정면을 번갈아 보게 되니 집중하기 어렵고 중심이 흐트러진다.



큰 아이는 금새 자전거를 배웠다. 어느새 익숙해져 활동반경이 크게 넓어졌다. 자기의 세계가 넓어진 만큼 내 품에서 조금씩 떠나간다. 내가 모르는 걸 점점 많이 알게 되고, 나에게 원하는 게 점점 줄어들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가 자전거를 끌고 오고 있었다. 넘어졌다면서 페달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체인이 벗겨져 있었다. 다시 끼워주면서, 그래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직은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는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더 빨리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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