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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l 18. 2023

문득 감각이 의심스러워졌다.

https://blog.naver.com/pyowa/223159939682


오랫동안 같은 냄새를 맡은 기억이 없다. 꽃밭에 있어도, 악취속에 있어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냄새의 자극은 둔해지기 때문이다. 살랑불어주는 바람이 냄새의 강약을 만들어주었을 때 우리는 냄새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것도 잠시. 어느순간 우리는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 사라졌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이내 주저하게 된다. 냄새가 사라진 건지, 냄새에 적응된 건지 냄새 속에 있는 사람은 스스로 알 방법이 없다.



인간은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볼 수 있다. 상황 속에서 세상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쉽게 무뎌지고 환경의 한 부분이 된다. 객관적이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모든 세상이 그렇다. 부자의 세상, 가난의 세상, 인문의 세상, 권력의 세상, 부패의 세상, 유흥의 세상.



이사짐을 정리하고 있다. 두 살된 집에 살다가 마흔이 넘은 집에 살게되니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적이다. 정리하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튀어나오고 그런 것들이 막막해 잠깐씩 울적해졌다. 쓸고 닦고 수리하고 이리저리 짐을 옮겨보니 이제 조금 집같아 보였다. 그러다 문득 감각이 의심스러워졌다. 냄새처럼 벌써 구축에 적응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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