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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l 24. 2023

희망없는 사람들이여 꿈속에서라도 행복하길.

꽃 구름속에  (박두진 시, 이흥렬 곡)

https://blog.naver.com/pyowa/223165151201


꽃 구름속에  (박두진 시, 이흥렬 곡)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히 불어오라

복사꽃 살구꽃 화안한속에 구름처럼 꽃구름 꽃구름 화안한속에

꽃가루 흩뿌리어 마을마다 진한 꽃향기 풍기어라


추위와 주림에 시달리어 한겨우내 움치고 떨며 살아온 사람들 

서러운 얘기 서러운 얘기 아 까맣게 잊고


꽃향에 꽃향에 취하여 아득하니 꽃구름속에 

쓰러지게 하여라 나비처럼 쓰러지게 하여라



언젠가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딱딱한 학술 세미나였는데 생뚱맞게도 세션 사이에 화려한 드레스의 소프라노가 나타났다. '꽃구름 속에'를 불렀다. 세미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빠져들었던 감정은 선명히 남아 있다.


곡이 상당히 입체적이다. 희망과 현실, 장조와 단조, 빠름과 느림이 섞여 있다. 통통 튀는 희망의 도입부를 지나면 느린 단조의 현실을 보여주다 다시 장조로 돌아와 꿈속에서라도 행복하길 기원한다. 성악 뿐만 아니라 간주도 강조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멜로디는 어딘지 익숙했지만, 가사를 찬찬히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사에, 특히 단조의 가사에 순간 빠져들었다. 다 들었을 때 그들의 좌절과 허망한 자위, 불가능한 꿈이 떠오르며 슬펐다. 그들의 꿈은 언제나 꿈으로 끝난다. 꿈마저 꾸기 어려운 사람들이여 꿈속에서라도 행복하길. 그들에게 현실은 계획을 세우기에는 너무나 벅찬 세상이니까.


https://youtu.be/8VYYplDW4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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