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구름속에 (박두진 시, 이흥렬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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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딱딱한 학술 세미나였는데 생뚱맞게도 세션 사이에 화려한 드레스의 소프라노가 나타났다. '꽃구름 속에'를 불렀다. 세미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빠져들었던 감정은 선명히 남아 있다.
곡이 상당히 입체적이다. 희망과 현실, 장조와 단조, 빠름과 느림이 섞여 있다. 통통 튀는 희망의 도입부를 지나면 느린 단조의 현실을 보여주다 다시 장조로 돌아와 꿈속에서라도 행복하길 기원한다. 성악 뿐만 아니라 간주도 강조되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멜로디는 어딘지 익숙했지만, 가사를 찬찬히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가사에, 특히 단조의 가사에 순간 빠져들었다. 다 들었을 때 그들의 좌절과 허망한 자위, 불가능한 꿈이 떠오르며 슬펐다. 그들의 꿈은 언제나 꿈으로 끝난다. 꿈마저 꾸기 어려운 사람들이여 꿈속에서라도 행복하길. 그들에게 현실은 계획을 세우기에는 너무나 벅찬 세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