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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l 27. 2023

나는 왜 읽는가

https://blog.naver.com/pyowa/223167635155


<나는 왜 읽는가>


누구나 개인에게 처한 환경 속에서, 각자의 목적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똑같은 삶도, 익숙한 삶도 없다. 비교될 수도 없다. 독서도 같다. 각자의 이유와 자신만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무엇이 낫고,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따로 있지 않다. 나는 그저 나의 독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험을 위해, 학업을 위해, 정보를 위해, 재밌어서 읽는다. 사색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책도 있다. 나도 시험을 준비하며, 뭔가 배우려고, 이야기에 빠져들어 읽었다. 작가의 생각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들의 공통점이 있다. 재밌다. 재테크도 하다 보면 돈을 떠나 재미가 있다. 골프도 재밌고, 춤도 재밌고, 연애도 재밌고, 심지어 마라톤도 재밌다. 수 천년 동안 사람들이 책을 읽은 이유도 재밌기 때문이다.


왜 재밌는가.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오락은 몰입이다. 영화, 공연, 스포츠, 게임 모두 우리를 몰입시키고 우리는 몰입 자체를 기쁨으로 여긴다. 사랑도 그런 게 아닐지. 책을 읽으면 이해하고 예측하게 된다. 예측된 전개에 공감하고, 반전의 흥미에 몰입된다. 그만큼 재밌다. 그런데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 몰입하기 어려운 책도 있다. 일단은 재미있는 책을 읽자. 재밌어야 오래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읽는 것이다.


한두 권 읽고 나서 책은 나랑 안 맞다고 퉁쳐 말하지 말자. 젊었을 땐 재밌었는데 나이 드니 잘 안 읽힌다고 게으름을 합리화 말자. 골프도 똑딱이 자세부터 배우고, 악기도 연습곡부터 한다. 나이에 맞는 책을 골라도 되고, 나이가 들었으므로 좀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어느 정도는 계통적으로 읽고 나서야 재미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같은 계통의 책을 누적해서 읽는 것은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지게 하고, 디테일의 차이를 비교해가며 읽혀지므로 재밌게 읽는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으면 자존감이 생기고, 자신감도 생긴다. 각 분야의 최고수들은 책을 쓴다. 서점에 있는 책들은 동시대의 책들 뿐만 아니라 시대별 대표 책들이 서로 경쟁해서 살아남아 서가에 꼽혀 있는 것이다. 서점에는 세계적인 작가의 책이 있다. 전문 번역가들이 몇 달을 번역해서 유려한 한글의 단어와 문장으로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다. 책에는 세상과 시대의 지식이 있다. 이런 분야는 책 이외에는 없다. 세상의 지식, 생각, 문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면 내가 모르는 정보와 지혜와 삶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읽고, 배우고, 공감하는 책이라면 시대를 관통하는 세상의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만 갈팡질팡하고, 상처 주고, 상처입히며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나와 생각이 조금은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과 판단의 영역이라고 판단할 자신감과 자존감이 생긴다. 그래선지 책을 읽은 사람들의 단어와 문장은 당당하다.


책은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생각은 무엇으로 하는가. 단어와 문장으로 한다. 책을 읽으면 단어와 문장이 풍부해진다. 단어가 민감해지면, 감각도 예민해진다. 같은 봄도 다르게 느끼고, 싸늘한 이별도 단어와 문장만큼 화려하게 될 것이다. 같은 공간, 같은 사건을 경험해도 우리는 완전히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기억한다.


예전에 동호회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동호회는 매월 정기 연주회를 했었는데 후기 작성자 한 명을 정해 그 사람이 기자처럼 취재해 후 후기를 썼다. 그때 정말 놀랐다. 같은 공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연주회를 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단 말인가. 시선, 생각, 의도, 단어, 문장에 따라 너무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리적 시간과 공간만 같았을 뿐,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이었다. 삶이란 자기가 느낀 만큼 살다가 죽는 것임을 알았다. 아마도 그때부터인 것 같다. 단어와 문장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서 노트도 그때부터 조금씩 썼다.


책은 우리를 쓰게 한다. 읽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정도 읽으면 누구나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쓰느냐 마느냐는 그다음의 문제다. 나는 책을 읽으면 독서 노트를 쓴다. 메모와 밑줄 친 부분을 옮겨 적어보고, 옮기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독서 노트로 써 본다. 엄밀히 말하면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쓴다기보다는, 독서 노트를 쓰기 위해 책을 읽는다. 독서 노트를 쓰면서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문단의 배치를 이리저리 맞춰본다. 막연했던 느낌이 구체화되면서 드디어 생각이라 할만한 것으로 조각된다. 내가 생각하려 했던 것이 이것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만들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즐겁고 신기하다. 써놓고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기도 한다. 그러다 ‘이거 내가 쓴 거 맞아?’ 하면서 스스로 취하기도 한다.


써봐야 잘 쓴 사람의 글을 보고 놀랄 수 있다. 예민한 관찰력에 놀라고, 그것을 단어와 문장으로 잡아내는 능력에 놀랄 수 있다. 군더더기가 없는 문장인데도 화려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문단의 배치만으로 속도감을 놓치지 않는 것에 놀랄 것이다. 짧은 글이라도 썼다면 페북이건, 블로그건, 인스타건 공개 글로 쓰자. 처음에 주저하게 될 것이다. 장정일 작가도 주저하는 마음이 들 땐 되뇌었다고 한다. ‘내 글을 보는 사람은 나와 편집자밖에 없어. 아무도 안 봐, 아무도 이 글을 보지 않는다고. 그러니 신경 쓸 것 없잖아.’ 작가도 주저한다니 주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작가도 아닌 우리는 더욱 주저하지 말자. 그저 편안히 쓰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취향껏 읽으면 된다. 재밌는 책을 읽는 게 좋겠다. 어렵고 지겨운 벽돌책이어도 스스로 재밌으면 그만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책읽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거나 요즘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다. 책을 읽다 보면 책에 관심이 가고 읽어야 할 책이 저절로 찾아진다. 책을 추천하는 책도 많고, 책 속에서 인용되는 책이 등장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게 된다. 책 읽는 습관이 생기면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늘어날지언정,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지는 않게 된다. 요즘에는 블로그, 팟캐스트(팟빵), 유튜브에서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내가 종종 들러 듣는 책 추천 경로 몇 개를 추천해보려고 한다.


문학동네 채널 1 (팟빵)

종방한 지 10년 정도 된 사이트지만 지금도 종종 듣는다.

'나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행위', ‘문학과 천재’ 편을 좋아한다. ‘미야모토 테루’를 알게 되었다.

https://podbbang.page.link/gyRbWt6okEYEkxQC6


(나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행위)

https://www.podbbang.com/channels/6570/episodes/21249163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 김영하 작가가 직접 읽는다. 김영하 작가 혼자 읽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저작권 문제로 모든 자료가 폐쇄되었다. 구글에 조금 남아 있는 걸 어찌어찌 찾았다. 최근에 ‘희박한 공기 속으로’를 들었는데 참 좋았다.

https://podcasts.google.com/feed/aHR0cHM6Ly93d3cubGluZ3EuY29tL2l0dW5lcy8xNDcyMTk?sa=X&ved=0CAkQlvsGahcKEwio7ZL01ePwAhUAAAAAHQAAAAAQAg


(희박한 공기속으로)

https://podcasts.google.com/feed/aHR0cHM6Ly93d3cubGluZ3EuY29tL2l0dW5lcy8xNDcyMTk/episode/aHR0cHM6Ly9zMy5hbWF6b25hd3MuY29tL21lZGlhLmxpbmdxLmNvbS9yZXNvdXJjZXMvY29udGVudHMvYXVkaW9ub3JtL3Jlc291cmNlcy9jb250ZW50cy9hdWRpby8yMDE0LzA0LzE1L0VwXzIxLTFfYkFBay40NWQ3NGQzZmQ0NGUubXAz?sa=X&ved=0CAUQkfYCahcKEwjQ5PGz06yAAxUAAAAAHQAAAAAQAQ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월드컵(유튜브)

민음사 해외 문학팀 편집자 두 명이 너무나 재밌게 책을 소개해 준다.

https://youtu.be/5wnHv3qM2oI(명문장 월드컵)


일당백(유튜브)

정박, 정영진이 진행하는 책 소개 프로그램인데, 책을 떠나 그 주변의 배경 지식까지도 샅샅이 이야기해준다. 정박의 상식이 놀랍다.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프로그램이 더 길 수도 있다. 책 한 권에 3시간은 기본이다. 5시간, 6시간 짜리도 많다.

https://youtu.be/PrflWcKCKDQ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네이버에서 명사들을 만나 인생 책에 대해 물어보고 책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짧은 동영상도 있다. 여러 명사가 추천한 책이라면 읽어볼만 하지 않겠는가.

https://terms.naver.com/list.naver?cid=59153&categoryId=59153


김중혁, 이동진의 빨간책방

종방했지만, 김중혁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https://podbbang.page.link/xvSBs4sX65d6ZTDh7


김도연 책 읽는 다락방(유튜브)

김도연 진행자가 차분히 읽어준다. 편안해진다. 모래의 여자(아베 코보)를 재밌게 들었다.

https://youtu.be/SVjSG30p1kA

https://podbbang.page.link/j8XBmLNRKvm3aikHA


(모래의 여자)

https://www.podbbang.com/channels/11125/episodes/22324862


강섬의 유혹하는 책 읽기

사실상 종방했다. 동네 친구가 읽듯이 차분히 들으면 좋다.

https://podbbang.page.link/tRjGTo8boXNhC4FNA


아쉬우니 읽고 좋았던 책 몇 권을 써본다. 자전거 여행(김훈), 마음사전(김소연), 나는 왜 쓰는가(조지오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체홉 단편선(안톤 체홉), 작가란 무엇인가(파리리뷰 모음집),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만화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화책).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라고 했다. 다독도 다작도 깊고 넓은 생각을 위한 것이다. 언제 생각하는가. 읽을 때 생각한다. 말하면서 생각한다. 글로 쓸 때 더 생각한다. 글을 고칠 때 더욱더 생각한다. 생각은 생각으로만 발전할 수 있는가. 없다. 삶이란 재료가 있어야 한다. 멋진 글을 쓰려면 멋진 삶을 살아야 한다. 멋진 삶을 살려면 읽고, 쓰고, 고치고, 생각해야 한다. 바쁜 삶 속에서 삶이란 재료를 놓치지 않으려면 꾸준히 읽고 써야 한다. 그래야 생각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하루가 '반복되고 반복되어' 수많은 날이 쌓여도 두께는 하루와 같지 않겠는가.


(빨간책방에서 들었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https://youtu.be/jZpYhgree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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