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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ug 03. 2023

규범이 현실을 선도해선 안 된다.

https://blog.naver.com/pyowa/223174196318


법학의 기본은 규범과 사실은 구분되며, 둘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규범과 사실은 사람이라는 매개체가 있다. 사람이 없는 규범은 존재할 수 없으며, 사람이 없는 사실은 무의미하다. 규범과 사실은 인간으로 연결된다.


인간은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법을 만든다. 법을 만들다보면 법의 기초가 되었던 현실은 이미 과거가 되어 있다. 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과 점점 동떨어진다. 규범은 언제나 현실에 뒤쳐질 운명이다. 나는 이것을 '규범지체'라고 이름 붙인 적이 있다. 


이 거리를 메우기 위해 국회, 정부, 사법기관이 있다. 행정청은 규범해석을 하고 사법부는 재판을 한다. 해석으로 더 이상 극복하기 어렵게 되면 국회는 규범을 개정하거나 제정한다. 사람들은 구닥다리 규범에 대해 불평하고,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해 원망한다. 


규범이 현실을 선도하는 경우는 없는가. 이것을 '규범선도'라고 이름 붙여보자. 규범을 앞세워 현실을 끌어가려 하는 경우다. 앞세울 규범을 선정한다는 것은 강력한 권력이다. 강력한 권력은 제시한 규범에 따라오지 않는 자를 응징한다. 본보기 처벌로 권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중앙집권적 관료제가 시작된다. 전체라는 이름으로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다. 전체주의 국가가 된다. 이제 모든 현실은 관료의 눈치를 보며 권력에 기대는 삶을 살게 된다.


나는 현실 뒤에 법령이 나타나는 것이 좋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법령에 대해 불평하고 품평하는 것이 좋다. 


권력이 현실 앞에 나타나 선악을 선언하고, 개조해야할 대상을 선언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 그는 악이 되기 때문이다. 그 세계에서 우리는 아무런 불평도, 품평도 하지 못할 것이다. 혹시나 내가 그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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