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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ug 06. 2023

나이가 들수록 보통은 어리석어진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1/3)

https://blog.naver.com/pyowa/223175964132


유시민 작가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이가 들수록 보통은 어리석어진다.'고 썼다. 공감한다. 


시간이 갈수록 어리석음은 쌓여가 딱딱하게 퇴적이 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어리석음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청춘의 자아와 조금씩 멀어지게 될 것이다. 어리석음이 쌓여 어느순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때가 되면 어리석음이 쌓여 논쟁도 설득도 되지 않을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어리석어진 자신을 보거든 불쌍하게 여겨달라고 했다. 그저 불쌍하게 여겨달라는 것이 현재 자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유언이다.


어리석음은 쌓여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게 없다.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은 몸에 깃든 것이니 몸을 생기있게 만드는 데도 게을러서는 안 되겠다. 역방향의 노력이 어리석음의 속도를 조금 늦출 수는 있겠지만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나는 앞으로도 읽고, 쓰고, 생각할 것이다.


문과생이지만, 문과생이므로 과학교양서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과학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과학은 절대진리를 추구하지만, 어떠한 증명도 잠정적이다. 왕좌의 이론도 다른 이론이 나올때까지만 왕좌를 지킨다. 새로운 이론이 증명되면 기존의 이론은 기꺼이 왕좌를 내어준다. 탄압과 전쟁이 없다. 인문학과 다른 점이다.


내가 과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론은 '만유인력'이고, 인문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론은 '태극이론'이다. 둘은 같은 개념을 공유한다.


태극도설은 말한다. 태극은 양 끝단이다. 둘 사이는 독립이다. 둘 사이는 서로를 탐색하고 영향을 주고받아 같아지려하는 힘이 있다. 끊임없이 주고 받으니 어느순간 극은 같아지게 된다. 주고받을 영향이 사라지게 되니 운동은 정지한다. 정지상태가 다하면 다시 폭발하여 운동한다. 다시 태극이 탄생하는 것이다. 태극은 하나의 태극이며, 본래 무극인 것이다.


무극이면서 태극이다. 태극은 운동하여 양을 낳는다. 운동이 극단에 이르면 정지한다. 그것은 정지하여 음을 낳는다. 정지 상태가 다하면 다시 운동한다. 한번은 운동하고 한번은 정지하는 것이 순환하여 서로 그 뿌리가 된다.


오행은 하나의 음양이고, 음양은 하나의 태극이며, 태극은 본래 무극이다.

(태극도설)



나는 막연한 상상을 좋아한다.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빅뱅의 결과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공간 자체가 확장되는 것이라고 한다. '공간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따르지만, 과학자들은 그것은 질문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문학적으로라도 말해보면 어떨까. 태극이론으로 말해본다면 '공간'과 '공간이 아닌 것'이 같아지려는 힘이 아닐까. '공간이 아닌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할 수 없지만, '공간'이 무언가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나아간다는 것은 '비공간'과 같아지려한다는 뜻이 아닐까. '비공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물고기의 헤엄과 새의 비행은 물리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물고기는 물을 헤쳐나가고, 새는 공기를 헤쳐나간다. 그렇다면 고체를 헤쳐나가는 생물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고체의 딱딱함에 꿀렁임을 찾아내어 고체를 헤쳐나가는 생물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생물은 거의 무생물과 같은 성질을 보이진 않을까.


야행성 동물은 어둠 속에서도 잘 보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었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이해하고 나서야 '어둠'이란 것도 인간의 기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행성 동물은 낮은 하얀 어둠의 시간이었고, 밤이야말로 사물을 분별할 수 있는 제대로 보이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초음파로 세상을 인식하는 박쥐나 더듬이로 공간을 인식하는 곤충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인간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인간이 과학을 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기 어렵다. 인간중심의 사고는 과학적 진리가 아니다.


과학은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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