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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ug 08. 2023

문과여도 괜찮아.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3/3)

https://blog.naver.com/pyowa/223178539089



나는 문과였다. 수학을 못해서 문과를 택한 건 아닌데, 수학을 너무나 못했다. 100점 만점에서 무려 8점이고2때인데 수학점수가 꼴지에서 2등한 적도 있다. 수학을 못했지만 수포자(수학포기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무모한 수도자(수학도전자)라 할만하다. 수학을 못하니 계획다운 계획은 세울 수 없었다. 나의 무모한 계획은 '서점의 수학문제집 모두 외우기'였다. 조금씩 하다보니 학교앞 서점의 모든 문제집을 풀었고, 틀린 문제 위주로 계속 푸니까 시중 문제집의 유형은 저절로 외워졌다. 그렇게 간신히 대학에 입학했다.



과학은 배우지 못했다. 내 고교시절에는 과학은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이렇게 4과목이었다. 우리학교는 수험학원처럼 운영되었다. 문과에게는 생물만 가르쳤다. 생물점수가 나오면 나머지 과목 점수도 같은 점수로 나왔다. 청소년때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과학에 재미를 붙였을텐데 아쉽다.



20대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고, 대학졸업이 임박해서는 취업공부하느라 책읽을 짬이 없었다. 어찌어찌 짬짬이 읽는 책도 사회과학, 예술분야 정도였다. 과학은 물론, 문학책도 읽을 생각을 못했다. 30대가 되어 비로소 교양과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40대에는 머리가 굳어갔지만 좀 더 재밌게 읽었다. 



과학은 빅뱅처럼 우주 전체를 놓고 이야기하다가도, 양자역학이라는 전자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과학은 모든 것을 의심한다. 시간도 의심하고, 공간도 의심한다. 그 의심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을 보면 놀랍다. 시간과 공간이 의심되는데 의심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과학은 모든 걸 의심할 수 있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을 의심해보라고 한다. 사회가 만들어낸 틀을 의심할 수 있게 해준다. 경계, 질서, 무질서, 존재, 부존재 마저도 모두 의심할 수 있다. 문과지만 관찰과 사유로 그럴싸한 이론과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이런 이야기다. '무질서는  무질서라는 질서가 있지만 무질서는 질서의 부존재를 향해 간다. 질서의 부존재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 균질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질서의 부존재>는 완벽한 <균질의 질서>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질서>란 무엇이란 말인가.'



유시민 작가는 '누구든 자신이 가진 것으로 산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돈, 지위, 지식, 지능, 끈기, 운도 마찬가지다. 없는 것으로 살아갈 수는 없으며,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한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있는 걸로 살아야만 한다'는 것은 '운명론' 같아서 슬프게 들린다. 역으로, '있는 걸로 살아야만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살아간다고 읽혀져서 조금은 뿌듯하게 들린다.


https://youtu.be/FMlZq9NG_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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