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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ug 13. 2023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들

https://blog.naver.com/pyowa/223182187654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같은 게 있다.

  


고향이나 학교가 그렇지만, 거기엔 사람이 없다. 그러니 가본다 한들 관광객처럼 한번 휘돌고 나올 뿐이다. 거기엔 현재가 없다. 가족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언제나 현재여서 낯선 반가움은 없다.

  


나에게 설렘과 낯선 반가움을 주는 모임이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모임이다. 클라리넷 동호회 '클사방'인데, '클라리넷 40대 방'이란 뜻이다. 내가 처음 간 지가 13년 전이었으니 지금은 모두 50대, 60대가 되었다. 지금도 이름은 클사방인데, 차마 '클오방', '클육방'으로 바꾸지는 못하고 '클라리넷을 사랑하는 방'으로 뜻을 바꿔가며 버티고 있다.

 


클사방은 매월 무대를 대관해서 연주회를 한다. 가끔 네이버 카페를 가보곤 했는데, 서울에 이사도 왔고 해서 클사방 연주회에 들렀다. 익숙한 무대, 친근한 얼굴들이 반겨주었다. 나이 든 모습에 살짝 놀랐지만, 내 모습에 그 분들도 흠칫 했을 것이다. 반가운 악수와 따뜻한 포옹으로 이내 익숙해졌다. 13년 전 그때 그 순간이 되었다. 처음 뵌 회원분들도 참 좋아 보였다. 클사방은 그때 그 느낌 그대로 연주회장에 있었다. 무대도 그대로, 사람도 그대로였다. 살짝 긴장감도, 안도감도 그대로였다. 클사방이 사람이라면 나에게 말했을 것이다. '길동, 오랜만이야. 반가워.'

 


지구는 시속 1660킬로로 돈다고 한다. 땅도, 하늘, 너도, 나도 함께 돈다. 모두 같은 속도로 돌아가니 속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땅을 밟고 익숙하게 살아간다.

 


클사방 회원들 모두 13년이 늙었다. 다행히 우리 모두 함께 늙었다. 각자 어떤 평지풍파가 있었는지, 어떤 성취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설레임도 있었고, 슬픔도 있었으리라. 그건 각자가 누리고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는 클라리넷 가방을 들고 연주회에 나타나는 서로가 익숙할 뿐이다. 한참 만에 만나도 그때 그 느낌이다. 지구의 속도가 느껴지지 않듯, 13년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맘편하게 말하기도 어렵고, 막무가내로 물어보기도 어렵고, 기대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13년 전으로 돌아가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우리끼리 만나면 그것이 가능하다.

  


상상해보시라. 1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https://cafe.naver.com/clsa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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