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디 가벼운 탄원의 문장들

(감사에서 살아남기)(44)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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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디 가벼운 탄원의 문장들>


누구나 감사를 받을 수 있다. 감사란게 ‘난 아니겠지’라고 방심하다보면, ‘어- 어-’ 하다 자신이 지목된 것을 알게 된다. 상사건 동료건 모두 고수들이라 각자도생으로 빠져나가고 비위자만 남게 된다. 주변 사람들도 격려하는 척 호기심만 채울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희망회로를 돌려보지만 비위의 원점은 점점 자신만을 가르키고 있고, 동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자신이 아님을 안도한다. 동료는 다가와 감사가 끝나간다며 탄원서라도 준비해야되지 않느냐고 한다.



대부분 탄원서를 써 본 적은 있어도 받으러 다녀본 적은 없다. 그러니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받아야 하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탄원서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를 모른다. 변호사가 있다해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라고 말한다. 그걸 누가 모르나.



조직에서 문책하는 경우 탄원서를 써주는 게 선뜻 내키지 않는다. 조직생활 해야하는 입장에서, 비위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탄원서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비위자는 쭈뼛쭈뼛 부탁하고, 쓰는 사람도 쭈뼛쭈뼛 쓰게 된다. 그러니 하나마나 한 말만 쓰게 된다. ‘성실한 사람이다.’, ‘20년 넘게 조직에 헌신했다’, ‘그동안 조직에 기여한 여러 안건이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다.



비위자가에 필요한 탄원은 무엇인가. 바로 비위와 관련된 탄원이다. 폭행이면 폭행피해자, 명예훼손이면 피해당사자, 횡령이면 금전피해자다. 근무태만, 공직기강이면 기관장의 탄원서다. 피해자는 보통 ‘합의서’로 제출하기 때문에 탄원서는 합의를 강조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공직기강 관련하여 기관장은 탄원서를 쓰기 곤란하다. 상급기관에서 근무태만 및 공직기강 문란에 대해 감사하고 있는데, 하급 기관장이 탄원서를 써주겠는가. 그러니 이런 탄원서는 거의 없다. 비위와 관련된 탄원은 감사조사, 참고인 조사, 진술서 등으로 이미 제출했으니 탄원서에 비위 관련 내용이 있을 리 없다. 비위 관련 탄원서가 있다 한들 이미 제출된 자료가 더 중요한 증거가 될테니 큰 의미는 없다.



비위와 관련 없는 1000명의 탄원은 피해자 1명의 탄원만 못하다. 피해자 1명이 처벌을 원하는 데 1000명의 탄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감사관에게 비위과 관련없는 100명의 탄원서가 접수되었다고 해보자. 감사관은 탄원서를 쓱- 보면서 비위와 관련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볼 것이다. 비위와 관련 없는 사람이 비위와 관련 없는 내용을 쓴 탄원서로 확인되면 기운이 빠질 것이다. 이것을 어디다 쓴단 말인가. 아마도 감사관은 감사실장에게 ‘100명의 탄원서가 접수되었습니다’라고 보고할 것이다. 거기서 끝.



탄원서란 비위가 있지만 선처해 달라는 것이다. 선처는 어떻게 하는가. 글자로 한다. 이게 중요하다. 글자로 한다. 그러니 감사관, 징계위원, 판사가 ‘글자로’ 선처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비위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비위와 상관없는 탄원은 글자로 쓰여질만한 것이 없다. 비위와 무관한 탄원을 근거로 선처가 필요하다고 감사실장, 징계위원장, 소청심사위원장, 부장판사에게 얼마나 강하게 건의할 수 있겠는가. 어렵다. 그거야말로 희망회로다.



물론, 탄원서가 접수되었다면 감사보고서, 결정문, 판결문에 한 줄 들어갈 것이다. 양정에 영향이 있어서 쓰인 것일 수도 있지만, 있으니 쓰여진 것일 수도 있다. 엄벌하든, 선처하든 양정에 고려한 요소를 나열해야 하니까. ‘직원들 100명이 탄원하고 있는 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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