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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Sep 27. 2023

등반은 언제나 죽음이 배경이다.

(촐라체, 박범신)

https://blog.naver.com/pyowa/223223451804


암벽이나 빙벽등반 같은 걸 해 본 적이 없다. 등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르는 건 남들만큼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게 나에겐 어렵다. 중심을 잡기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하산길은 다칠 것만 같아 겁이 난다.


산길을 걷는 건 좋아한다. 산길보다도 산길의 고요함을 좋아한다. 산길의 냄새와 바람을 좋아한다. 산길을 걸을 때 나에게서 나는 소리를 좋아한다.


등반에 관한 책은 만화책 '신들의 봉우리'를 읽었고,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읽다 말았다. 등반은 언제나 죽음이 배경이다. 죽음이 배경이 되니 목숨 이외의 다른 것은 작고 소소해진다. 죽음이 배경이 되니 몸과 근육과 힘만이 주인공이 된다. 경기의 탈락은 곧 죽음이므로, 상대방이 없어도, 심판이 없다해도 어떤 스포츠보다 육체와 정신이라는 본질만이 남는다.


목숨이 걸려 있으니 공포는 크게 다가오고, 위험을 상상하게 만든다. 상상한 위험때문에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 주저하는 본인의 의지때문에 자연이라는 상황이 인간을 끌고 간다. 클라이머는 자연이라는 상황에 이끌려 겨우겨우 헤쳐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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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라는 명성에 비하면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구성도, 문체도, 캐릭터 구성도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쉬운 부분이 여럿 보였다. 읽으면서 알프스 몽블랑의 커다란 빙하와 그 위에 점처럼 있었던 포크레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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