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에게)(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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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순간을 살아간다. 그렇지만 모든 순간을 느낄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순간에는 빈 곳이 가득하다. 빈 곳은 내 머릿속의 나의 이야기가 메꾼다.
누구나 그렇듯, 어린 나는 부모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아버지는 세상이 너무나 크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다. 초등학교만 졸업하신 아버지는 공부만 잘하면 세상에 당당히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가난한 집으로 시집온 어머니는 돈을 아껴야한다고 하셨다. 돈이 없으면 당장에 먹을 것 입을 것이 모자란다고 생각하셨다. 자산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으니 더많이 일하고, 더많이 아끼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셨다.
나이가들수록 부모님과 공유하는 순간은 줄어들어갔다. 생각도 경험도 점점 달라져갔다. 내 순간은 여전히 촘촘했지만, 부모님의 순간은 나에게 듬성듬성해져갔다. 끊어진 장면 몇 개만 남긴 채 부모님은 노인이 되어 계셨다.
주인공을 키운 이모는 병들어 누워있었다. 주인공이 병실 문을 열고 이모를 만났다.
['이모에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성묘를 가서 아버지께서 손자손녀들과 사진을 찍었다. 코로나 때문에 온가족 성묘는4년만이었다. 4년전에도 많이 늙으셨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사진이 한참 젊어보였다.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목이 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