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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Oct 08. 2023

나와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만이 내 인생의 조각이다.

(하프 마라톤 완주)

https://blog.naver.com/pyowa/223231342393


하프 마라톤(서울런, 2023.10.8.)을 뛰었다. 을지로를 뛰고 있었는데, 반환점을 향해 뛰는 사람과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으로 6차선이 꽉 차있었다. 움직이는 물결이지만, 러너들은 다닥다닥 붙어 열심히 뛰고 있었다. 커다란 힘이 물살을 만들어 내는 듯 했다. 



일진들은 벌써 뛰어가 버렸고, 뒤쳐진 사람들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 보이는 러너들은 나와 같은 속도로 뛰는 사람들이다. 



커다란 힘이 있어보이지만 실제는 아무것도 없다. 러너는 각자 뛸 뿐이다. 누구도 나의 한발짝을 대신해서 뛰어주지 않는다. 뒤쳐지면 안타까워할 뿐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도와줄 수도 없다. 누군가 부상을 당해 절룩거려도 응급요원을 불러줄 뿐 러너는 멈추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러너는 절룩거리며 뛴다. 인생처럼 말이다.


같은 대회에 참석한 러너들은 같은 시간, 같은 코스를 뛴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주변사람과만 뛴다. 선두는 사라졌고, 후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나를 볼 수 없고, 나도 그들을 볼 수 없다. 내가 달리며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팔을 부딪히고, 따라뛰고, 걸리적 거리는 러너도 내 주변에서 나와 함께 뛰는 사람들이다. 인생도 그렇다. 



주변사람이 나의 인생이다. 뉴스에, 유튜브에, 인스타에, 페북에 나오는 사람들의 품평은 내 인생조각이 아니다. 나와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만이 내 인생의 조각이다.



그렇게 각자의 경기를 뛰다가 코스가 끝나면 경기는 끝난다. 행복하게 뛴 사람도 있고, 고통스럽게 뛴 사람도 있다. 외롭게 뛴 사람도 있고, 화이팅 하면서 뛴 사람도 있다. 가끔 부상으로 중도에 탈락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뛰건 경기는 끝난다.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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