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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Nov 08. 2023

서로에게 팬덤인 관계가 아름답다.

(시대예보: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https://blog.naver.com/pyowa/223259117899



직장을 두 번 옮기면서 조직에서 지위와 직책이란 한 때의 바람같은 거라는 걸 알았다. 그들의 권위는 그 조직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만 유효했으며, 그 영향력의 강도만큼 테트리스처럼 밀려올라 퇴직이 임박해 있었다.



지위와 직책을 떠난 관계로 세상이 연결되고 있다. 이전에는 절대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의 글을 읽고, 영상을 보고,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단다. 가끔씩은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절대 랜덤(random)의 세계에 살고 있다. 성별, 나이, 지역, 직업, 부의 정도를 뛰어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만난다. 서로가 서로의 팬(fan)이 된다.



나도 누군가의 팬이고, 누군가가 나의 팬이 된다. 팬이 되려면 내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 보여주어야 한다. 역량이 작으면 발전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읽고, 배우고, 존경만해서는 어떠한 교류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그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면 나는 그들에게 종속되어 갈 것이다.

그래서 뭘 할 수 있는데?

보여줘봐.



누군가 나의 앞에서 이렇게 말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눈빛, 이런 마음은 가지지 않겠는가. 송길영 작가는 '멋지게 나이드는 거이 아니라, 멋진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매력적이어야 한다. 질문 몇 가지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  매력적인가. 나는 누구에게 끌리는가. 나에게도 팬덤이 만들어지겠는가.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언제든 무엇이든 그만 둘 수 있어려면 관계를 떠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전제는 생계다. 생계에서 얽힌 자유로운 관계란 존재할 수 없다. 조선의 사림은 왜 조정해서 당당했는가. 신념과 패기가 있어서? 그렇지 않다. 가족이 걸린 문제에서 패기만으로 모든 걸 포기하기란 어렵다. 사림은 돌아갈 곳이 있었다. 고향에 가면 사원이 있었고, 문중이 있었고, 땅이 있었다. 나라에서 나오는 녹봉은 그들에게 생사의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관계의 자유도 생계가 안정되어야만 가능하다. 우리는 돌아갈 고향도, 문중도, 땅도 없으니, 돈을 벌고 돈을 굴려야만 한다. 이것이 관계의 기본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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