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자전거여행)(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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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건 반짝여야 한다. 변치 않는 모든 것은 죽어 있는 것이다. 계속 밝게 빛나도 죽어 있는 것이고, 아무런 빛을 내지 못해도 죽어 있는 것이다. 발전하건 쇠퇴하건 살아있으니 가능한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밝았다 어두웠다, 기뻤다 슬펐다를 반복하는 것이다. 죽을 둥 살둥을 반복하는 것이다. 자작나무 이파리는 살아있는 동안 반짝인다. 어두워졌다 밝았다를 반복한다. 나뭇가지에 더 이상 매달릴 힘이 없으면 바닥에 떨어져 거름이 된다. 우리들처럼 말이다.
두 번 살 수 없다. 두 개의 길을 동시에 걸을 수 없다. 먼발치에서 보였던 그 길은 어떤 길이었을까. 내 길을 달리면서도 강건너의 길을 본다. 그 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나는 그 길에서 무엇을 선택했을까. 그 길에 있다면 이 길을 상상하고 있겠지. 저쪽 길도 아깝지만, 이쪽 길도 아깝긴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늦었더라도 가끔은 용기를 내어 그 길에 가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제첩국을 먹을 때 나는 '이것도 조개인가'라고 얕잡아 봤다. 이건 조개를 우려내는 것이 아니라 조개껍질을 우려내는 거 아닌가. 조개를 재료로 한 곰탕 같은 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재첩이 하구에서 이렇게 맛을 모으고 있었구나. 그런데 그 맛은 껍질에 모여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