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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Nov 28. 2023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

(What's expected of us) (숨, 테드 창)

https://blog.naver.com/pyowa/223276777779


'What's expected of us'는 테드 창 단편소설집에 있는 5쪽 짜리 소설이다. 굳이 영문으로 'What's expected of us'라고 쓴 것은 번역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번역한 이유가 있겠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우리에게 예정된 일'이 적정해 보인다.


'예측기'라는 리모컨 같은 조그만 장치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과거로 신호를 보내 인간이 버튼을 누를 지 말 지를 1초 전에 알아낸다. 인간은 불이 들어오면 누를 것이고, 불이 들어 오지 않으면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인간은 그 반대를 선택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을까.


자유의지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메트릭스의 알약이 떠오른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붉은 알약', 매트릭스 세계에 살아가는 '파란 알약'이 있다. 주인공은 '붉은 알약'을 삼킨다. 인간이라면 '붉은 알약'을 집어야만 할 것 같다. 붉은 알약은 살아 생동하고, 파란 알약은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된다.


당신이 선택의 자리에 놓였다. 현실은 아무런 희망이 없는 무기력의 상태이고, 환상의 세계가 힘차고 기쁨과 슬픔이 차 있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희망이 없는 무기력의 상태인데 자유의지마저 찾기 어렵다면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맞을까.


아무리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놓이면 인간은 자포자기의 상태로 빠진다. 자포자기의 상태가 몸을 더 무력하게 만든다. 무력한 몸은 의지를 더욱 자포자기의 상태로 빠뜨린다.


무력에 빠지면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한다. 무엇이 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를 보살피고, 나를 움직이고, 나를 재우고, 기쁘게 해야한다. 결정론의 세계엔 자유의지가 없지만, 우연성은 있다. 고전물리학의 영역을 지나,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우연성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체험은 무엇보다 감각적이다. 의심 자체가 어렵다. 과학적 진리가 무엇이건,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자유의지가 있는 것처럼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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