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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Nov 26. 2023

체온을 느껴본 적이 너무 오래되었어요.

(귀여운 여인, 안톤 체홉)

https://blog.naver.com/pyowa/223275467428



올렌카는 언제나 누구를 사랑하지 않는 때가 없었고, 또 그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성질의 여자였다.

<귀여운 여인, 안톱 체홉>



올렌카는 극장지배인을 사랑했고, 목재상을 사랑했고, 수의사를 사랑했다. 올렌카는 마치 자신인양 사랑에 빠졌지만 그들은 허망하게 죽거나 그녀를 떠났다. 헤어짐의 슬픔은 깊었지만 사랑은 다시 찾아왔다. 사랑에 빠질때마다 남편의 의견이 자신의 생각이 되었고, 이전의 올렌카는 지워지고 새로운 올렌카가 탄생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낡아가게 했다. 늙은 올렌카가 되었다. 올렌카는 홀로 수의사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인양 보살피고 사랑했다. 수의사의 아들은 올렌카를 부끄러워했다.


언젠가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귀여운 여인'의 줄거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체홉의 단편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노숙자를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였다. 흔히들 생각하는 질문을 물어봤다.


어쩌다 노숙자가 되었나?

노숙자를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


흔하디 흔한 질문들에 뻔하디 뻔한 답이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 여자 노숙자가 대답을 듣고 나는 멍해졌다. 노숙자는 흐느끼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사람의 체온을 느껴본 적이 너무 오래되었어요. 기억이 나질 않아요. "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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