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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Nov 29. 2023

질병없는 몸은 불가능하다. 슬픔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https://blog.naver.com/pyowa/223278326992

The Wounded Storyteller. (Body, Illness, and Ethics) - Arthur W. Frank -



몸을 몇일간 움직이지 못한 때가 있었다.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팔다리를 움직일 때 고통은 날카로웠고, 뒤척임마저 사치였다. 몸에 갖혔다. 낫지 않고 몸에 계속 갖혀 있으면 어떻게 될지 겁이 났다. 당연하다고 생각되어 인식할 수도 없던 여러 움직임이 간절하면서도 아득했다.



한 두번 죽을 뻔한 적이 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살아야겠다는 의지보다 이 고통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생각하는 것자체도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먼 죽음은 좌절과 공포로 다가오지만, 가까운 죽음은 나른함의 모습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듯, 죽음도 언제나 삶의 배경이었다.



슬픔은 다른 형태의 무기력과 고통으로 다가온다. 슬픈 일의 이유를 생각해보면 슬퍼지기만 할 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나의 슬픔이 있건말건 세상의 일상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일상이 나를 떠나자 내 주변이 보였다. 길가의 늘어진 개나리, 그늘진 보도블럭의 이끼, 뱅그르 떨어지는 나뭇잎이 보였다. 바람의 얼굴을 지나는 감촉, 코끝을 당기는 라일락, 지하철 손잡이 차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질병없는 몸은 불가능하다. 슬픔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질병도 슬픔도 없는 삶을 살아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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