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직업, 이은혜
김훈 선생의 '자전거여행'을 펼치자 나는 대번에 빨려들어갔다. 짧고 수수한 단어들만 보였지만, 눈은 휘둥그래졌다. 김훈 선생은 글이란 알고 있는 단어로 써야 한다고 했다. 선생은 익숙한 단어만으로 새롭게 써 냈다. 자전거 여행을 다 읽었다. 책을 덮어도 문체의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김연철 교수의 글도 새로운 시선으로 채워져 있었다. 김연철 교수의 '협상의 전략'이나 '70년의 대화'는 김연철 교수의 새로운 시선과 문장력을 보여준다. 국제정치학이나 남북관계론과 같은 류의 책은 오류없이, 빼먹지 않고 쓰는데 급급하다. 번역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무슨 말인지도 모를 한글을 써놓은 경우도 많다. 김연철 교수의 문장과 시선은 완전히 달랐다. 책마다 놀라웠다.
나는 마음산책 책을 좋아한다. 김소연 작가 때문이다. 김소연 작가의 책은 출간되면 바로 읽는다. 어느때부터인가 마음산책의 다른 작가 책도 가끔씩 읽었다. 이은혜 편집장 책이 마음산책 책으로 소개되었다. 책 소개에 붙어 있는 알라딘 유튜브 채널을 클릭했다. 처음 본 작가의 몇 마디 말이었지만 지성이 베어있었다. 보여주고, 짜내는 지성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알라딘에 바로 책을 신청했다.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놀랐다. 엄청난 문장력이었다. 근래에 이런 문장을 본 기억이 없다. 어디서 비슷한 문장이나 유형도 보지 못했다. 지성이 베어있었다. 그것은 만들어낸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은유와 직유를 부려, 어려운 단어를 섞어 화려하게 만들어내는 문장이야 가볍기 그지없다. 그건 풀풀 날리는 문장이다.
무엇이 베어난다 것은 묻어 난다는 이야기다. 이은혜 편집장 곁에 가면 지성이 묻어날 것이다. 벚꽃길을 걸으면 꽃잎 몇 개 정도는 내 어깨에 떨어지겠지. 이제 편집자에서 저자를 겸직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이은혜 편집장의 책이 나올 것이다. 읽을때마다 이은혜 편집장의 지성이 나에게도 묻어날 것이다.
독서노트를 한 번에 쓸 수가 없다. 세 번에 나누어 쓸 생각이다. 오랜만에 책에 푹빠진 행복한 시간이었다. 독서노트를 쓸 때도 행복할 것 같다.
https://blog.naver.com/pyowa/222195440106
별은 스스로 존재할 뿐 별자리란 게 있을 리 없다. 누구라도 밤하늘의 밝은 별들을 보면 이러저리 선을 그어본다. 직관적인 것부터 이름을 하나씩 얻어 별자리가 되었다. 별자리가 가득차자 성단을 찾기 시작했다. 좀 더 큰 망원경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름을 붙였다.
별은 혼자 있기보다는 여러 별이 모여 있다. 한 형제였다 흩어지는 과정일 수도 있고, 흩어졌던 것들이 하나로 모이는 중일 수도 있고, 서로 돌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별이 있는 근처를 찾아야 별을 발견하기 쉽다.
물론 별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새로운 별은 발견된다. 천문학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 속에서 시간과 자원을 소모한다. 발견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성취가 있다하여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쓸쓸함을 비켜갈 수는 없다.
편집은 어떤가.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내가 편집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만은 편집은 결국 책을 내는 게 아닌가. 보통의 일이라면 약간의 오류를 감내하고 가면 된다. 책은 그래선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못한다. 시간과 자원을 갈아넣을 열정도 없고, 감당도 안 된다. 팩트체커는 더욱 못한다. 생각만해도 머리가 멍해진다.
편집자의 기획이 별자리 만들기라면, 글쓰기는 반짝이는 일일 것이다.
'나 여기 있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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