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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Dec 17. 2023

[청렴교육강사] 부산보훈청 가는 길

청렴전문강사

https://blog.naver.com/pyowa/223295488774


청렴전문강사로 12월에 개업했지만 오라는 데는 없었다. 연말이니 벌써 교육은 다 마쳤을 때이긴 하다.



그러던 중 한가한 강사를 어여삐 여긴 부산지방보훈청에서 강의가능하냐는 전화가 왔다. 보훈부 출신 청렴강사라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지. '그럼요', '뭐 필요하신 내용이 있으신가요'라며 친절히 고객을 응대했다.



첫 강의안이다보니 만드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교안 만들기가 옛날보다 쉬웠다. 요즘은 PPT로 직접 안 만들고, '미리캔버스'라는 사이트에서 만든 후에 PPT 또는 PDF로 변환해서 강의한다.



정말 오랜만에 부산 여행갈 구실도 생겼다. 아직 지방 사건은 없지만, 지방 재판가는 느낌도 나고, 나홀로 '문득여행' 다녔던 보훈부 시절도 떠올랐다. SRT를 타고 책도 보면서 뭔가 커리어맨 흉내도 내봤다.



기차에서 네이버 지도를 펴본다. 어디를 구경할까. 바다를 갈까. 아니면 시장에 갈까. 공원에 갈까. 일단 40계단 거리를 지나, 용두산 공원에 들렀다가 국제시장, 깡통시장에 가보는 걸로 동선을 잡았다.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에 올라갔다. 어느 도시건 그렇듯 현지인들은 타워에 가질 않는다. 생각보다 타워입장료가 비싸고, 매일 보는 것이니 현지인에게는 올라가도 별 볼게 없다. 타워에 올라가니 타워에 있을법한 사람들만 있었다. 중국 관광객, 일본 관광객, 할머니 할아버지 단체관광, 그리고 나. 국제시장, 깡통시장 잠깐 걸어다니다 밀면을 먹었다.



부산청에 도착하니 청장님, 과장님들이 모두 반겨주셨다. 정말 반가운 얼굴이었다. 다들 변호사 생활은 어떠냐며 격려반 걱정반의 말씀을 해주셨다.



'청렴으로 살아가기, 감사에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1시간 30분 강의를 했다. 아무래도 공무원들은 '청렴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감사에서 살아남기'를 더 집중해서 들었다. 나 같아도 그럴 것이다.



1시간 30분의 강의를 마치고, 기념사진도 찍고 작은 기념품도 받았다. 저녁엔 이재모 피자에 가서 맛있는 피자도 먹었다. 반가운 사람과 즐겁게 얘기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이렇게 한 달 한 달 즐겁고 여유있게 살면서  늙어가고 싶다.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청렴강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문득 여행'을 돈 받아가며 명분있게 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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