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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에 집을 나와 10분쯤 지하철을 타면 20분쯤 사무실에 도착한다. 텅빈 거리는 청소가 되어선지, 아침이어선지 모르겠지만 깔끔한 까만색이다. 다른 나라에서 새벽에 길을 걷는 느낌이다.
우리 사무실 1층엔 할리스 커피가 있다. 7시 20분 할리스 구석자리에 공부하는 아저씨가 있다. 매일 그자리에서 빨간 컵을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마치 9시에 시험이 있는 듯 펜을 잡고 집중해서 공부한다. 주변의 소리도, 시선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집중이다.
시험 공부를 하는 건가? 책을 읽는 건가? 왜 사무실에서 읽지 않는가? 우리 건물에 있는 분이신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 나도 언제나 찾아보게 된다. '역시 있군' 하면서. 언제나 비슷하게 궁금하다가도 엘리베이터가 오면 또 까맣게 잊고 하루를 지낸다.
다음 날 아침 7시에 집을 나서고, 전철을 타고, 교대역 14번 출구로 나온다. 새벽 공기를 '흡' 들이킨 후 '외국 새벽냄새가 나' 하면서 골목을 걷는다. 1층 할리스엔 어제 그 아저씨가 빨간 컵을 놓고 무언가 집중해서 읽는다. 나는 어제와 똑같이 '역시 똑같군'하면서 안 보는 척 본다. 아무 급할 건 없지만,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뛰어간다.
무한루프인가.
같은 날이 반복된다면 행복할까? 행복하지 못할 것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