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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누수 때문에 아랫집에 물이 샌다고 한다. 대공사가 시작됐다. 안방 바닥을 다 뜯고, 배관을 다시 깔고 흙과 자갈을 넣고 시멘트로 덮었다. 당연하게도 집 안 모든 짐은 안 방 밖으로 나왔다. 나온 짐들은 갈곳을 찾지 못하고 거실과 서재에 여기저기 쌓여 있다. 시멘트가 굳는데 일주일은 걸린단다.
잘 수 있는 방은 하나 남았다. 졸지에 단칸방이 되었다. 작은 방에서 네 명이 자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가족이 모이는 곳은 거실이 되었다. 사무실이나 카페 처럼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무언가를 먹다가 잘 때는 다 각자의 방에 흩어져 잔다. 그러니 서로의 체온을 느낄 일도 없고, 쌔근 거리는 숨소리도 들을 수 없고, 뒤척이며 이불을 마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다닥다닥 붙어 자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작은 방이 둥지 같았다. 둥지에 바싹 붙어서 꿈틀거리는 아기새와 둥지를 딛고 서 있는 어미새가 떠올랐다.
꿈틀거리던 아기새는 어느 날 날게 되고, 어미새는 자기가 그랬듯이 아기새를 떠나 보낸다. 작은 둥지를 보며 생각하겠지, 나의 아이들은 지금쯤 어디를 날고 있을까. 나도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