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길동 Jan 13. 2024

내사랑, 내 심장, 내 피, 내 살, 내 새끼들.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 문인101인)(1/2)

https://blog.naver.com/pyowa/223321420925


유언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재산에 대한 유언보다는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써보려 관련책을 한 권씩 읽고 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란 경덕출판사의 책을 읽고 있다. 출판사의 편집장은 문인 101명에게 유언장을 써달라고 부탁한다. 가상의 유언장이지만 문인들은 어떤 청탁글보다 진지해졌다. 인간의 몸을 영원히 떠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당황하며 써냈다.


유언을 쓰는 그 순간, 누구라도 삶을 돌아보고, 죽은 이후를 생각하게 된다. 행복했던 순간, 슬펐던 순간, 소중했던 가족, 소중했던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한다.


모두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당부를 썼다. 누군가의 유언을 따뜻한 애정으로 읽을 사람은 결국 가족이다. 삶의 무대에서 함께 먹고 잤던 가족, 자라고 늙어가는 모습을 서로 지켜봐준 가족이야기를 썼다. 나는 이제 유언을 쓰고 무대에서 내려가지만 같은 무대에서 잘 살아가길 기원하며 썼다.


어쩌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는지(김신애 작가). 고만고만한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도 저절로 네가 찾아지고는 했지(하성란 작가). 막상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희들에게 할 말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것 같지 않기도 하다(박종철 작가). 당신과 두 아들의 시냇물과 같은 눈빛을 가지고 갑니다(김옥배 작가). 음악의 피아니시모처럼 시간의 끝이 이렇게 간절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이제야 알겠습니다(김이연 작가). 내사랑, 내 심장, 내 피, 내 살, 내 새끼들.(공선옥 작가)


유언을 읽으면서 여러번 나도몰래 눈물이 흘렀다. 이유가 없었다. 인생이 아무리 길다해도 돌아보면 '순간'이었다. 가족의 체온과 눈빛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눈물이 난 것 같다. 


슬퍼할 일은 아니다. 심장이 뛰기 시작해 생명이 만들어지고 심장의 박동이 잦아들어 죽는다.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갈 뿐이다. 어디선가 먼지로 돌아다니다가도 가끔은 가족이 보고 싶어질 것만 같다.


---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 Mary Elizabeth Frye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  

난 거기에 없어요. 거기서 자고 있지 않아요. 

나는 무수한 바람이 되었어요. 

쌓인 눈에 반짝이는 빛이 되었어요.

영글은 곡식 위에 떨어지는 햇살이 되었어요.

부드러운 가을비가 되었어요. 

아침이면 당신이 볼 수 있게 새가되어 하늘에 원을 그리며 날거예요.

밤이면 부드러운 별로 나타날 거예요. 

내 무덤 앞에 서서 울지 말아요.  

난 거기에 없어요. 거기서 자고 있지 않아요.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I am not there, I do not sleep

I am a thousand winds that blow

I am the diamond glints on snow

I am the sunlight on ripened grain

I am the gentle autumn rain

When you awaken in the morning's hush

I am the swift uplifting rush 

Of quiet birds in circled flight

I am the soft stars that shine at night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cry

I am not there, I did not die


https://youtu.be/042rVkrfzqo




작가의 이전글 죽음을 미루기 위해 삶을 소모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