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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Feb 01. 2024

남들처럼 사는 게 꿈인 사람들

(아버지의 뒷모습, 주쯔칭)

https://blog.naver.com/pyowa/223341387168



아버지는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서울로 이사와 불안정한 일을 하고 계실 때에도 식구를 먹을 만큼은 벌어오실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스무살이 되자 50대의 아버지는 불안정해보였다. 아버지의 능력은 그대로일텐데, 스무살이 되니 아버지의 위태로움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골에서 보다 몇 배를 일하셨지만 집안은 언제나 팍팍했다. 부모님의 수입은 더 이상 늘지 않았지만, 삼남매가 커갈수록 돈이 더 들었다. 살림이 팍팍해질수록 가정은 푸석해졌다. 무서운 것은 팍팍함과 푸석한 삶이 무한굴레일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부모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얼른 돈을 벌고 싶었다. 무한굴레를 벗어나 다른 집처럼 함께 밥을 먹으며 살고 싶었다. 남들처럼 살고 싶었다.


그 때의 아버지의 나이가 되고 보니, 아버지의 막막한 순간이 그려진다. 일을 얻지 못해 골목에서 담배를 피고 계셨던 아버지. 아무런 학력도, 경력도, 인맥도, 자산도 없으셨던 아버지. 그러면서도 성적한 번 제대로 물어보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떠오른다. 


일을 찾지 못한 어느 날 아버지는 호기롭게 동생에게 하고 싶은 걸 물어봤다. 동생은 아무생각 없이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했고, 아버지와 형제는 그 길로 서울랜드에 갔다. 아무거나 타도 된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놀이기구 가격표에 아버지는 당황하셨다. 놀이기구는 한 개 탔다. 동생과 나는 그 중 비싸진 않으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걸 골랐다. 아버지가 놀이기구에 매달린 우리를 올려다 보고 계셨다.


아버지는 형제를 보며 무언가 기원했으리라.

'너희라도 공부 잘 하고, 좋은 운 타서, 남들처럼 복 받고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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