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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Feb 07. 2024

야구는 사람으로 점수를 낸다.

https://blog.naver.com/pyowa/223347411628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나는 장정일 작가의 인터뷰로 기억한다.



공으로 경기를 하면 구기종목이다. 공을 네트에 넣거나, 공을 상대 코트에 넣거나, 공을 들고 뛴다. 구기종목은 공으로 점수를 낸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다. 야구는 공으로 점수를 내지 않는다. '홈런 있잖아?' '2루타도 있고'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니다. 



야구는 사람으로 점수를 낸다. 야구의 규칙은 공에 대한 규칙이 아니라, 언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한 규칙이다. 공격선수가 공에 몸이 닿으면 죽는다. 1,2,3루 패드에 발을 대고 있으면 죽지 않는다. 사람이 1,2,3루를 돌아 홈패드를 찍으면 점수가 난다. 



홈런이 점수가 되는 건 공이 담장밖으로 나가니 공격선수를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공 때문에 점수가 나는 게 아니다. 사람이 홈플레이트를 밟아 점수를 낸 것이다.



축구 감독은 정장을 입는데, 야구감독은 왜 유니폼을 입을까. 야구 감독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야구 감독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 감독과 4번타자가 포지션을 바꿀 수도 있다. 감독도 포지션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 백인천 감독이 선수겸 감독으로 뛰었었다. 



생각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장정일 작가가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야구경기도 공으로 점수를 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생각하면 테오도르 제리코, <엡솜의 경마>가 떠오른다. 생각하지 않으면 말은 앞뒤발을 뻗으며 뛴다고 생각하기 쉽다. 선입견을 가지고 대충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연사로 사진을 찍으면 네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진 순간은 앞뒷발을 오므린 순간이다. 말은 오므리며 뛴다는 걸 알 수 있다.



생각이 없으면, 보아도 보는 게 아니다. 



테오도르 제리코, <엡솜의 경마>, 1821년, 캔버스에 유채, 92×122cm,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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