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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Feb 17. 2024

부침이야 있겠지만 다들 잘 살아낼 것이다.

(여의도 하프 마라톤, 2.17.)

https://blog.naver.com/pyowa/223356637258


고등학교 동창들이 요즘에 마라톤에 빠져 있다. 어떤 친구는 레슨을 받고 있고, 어떤 친구는 유튜브를 섭렵하고 있고, 어떤 친구는 신발, 옷, 가방 같은 장비를 모으고 있다. 같이 모여서 함께 달리기도 한단다. 달리고 술마시고를 반복하여 체력은 언제나 제자리란다.


그들이 어느 날 나에게 전화를 했다. '야!, 너 풀코스도 뛰어봤다며.' 말을 시작하더니 같이 하프를 뛰어보자고 했다. 자신들은 10킬로 달리기가 가장 먼 거리였다는 것이다.


나야 허리 부상이후에는 겨우겨우 뛰는 정도인데, 운동꽤나 했던 친구들이니 나보다 훨씬 잘 달릴 것이 뻔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도 보고, 토요일 아침 달리면 보람도 있고해서 같이 뛰었다.


나의 무용담을 기다리는 듯, '20킬로를 어떻게 완주하냐?'고 물었다. 나에겐 확실하고 간명한 비책이 있었다. '하프는 10킬로까지 이동해서 10킬로를 뛰면 돼.', '풀코스는 20킬로까지 이동한 후 하프를 뛰면 되고.' 친구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확실히 말했다. '뛰어보면 내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될꺼야'


역시나 그네들은 나보다 잘 뛰었다. 시작하자마자 저만치 달려나갔다. 결국 내가 꼴찌였다. 허리 다치고 4년만에 하프를 뛰기 시작했는데, 4개월 동안 3번의 하프를 뛰었다. 10월 8일, 11월 12일, 2월 17일. 기록은 언제나 2시간 20분을 넘겼지만, 이번에는 허리통증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36년이 지났다. 부침이 있었겠지만 다들 잘 살아왔고, 어느 덧 은퇴가 코 앞에 다가온 나이가 되었다. 앞으로도 부침이야 있겠지만 다들 잘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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