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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Feb 29. 2024

처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설명되지 않는 세상

(훌, 배수아)

https://blog.naver.com/pyowa/223368638543


같은 이름의 세 명이 등장한다. 화자 훌, 친구 훌, 동료 훌.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 이야기가 흐른다. '친구 훌'은 '화자 훌'의 집에 놀러와 같이 잔다. 둘은 같은 공간에 있다. 직장'동료 훌'은 '화자 훌' 근처에서 직장과 여가에 대해 품평하고 자랑한다. 거기에 가끔씩 낯선 몽고여자가 등장해 '화자 훌'에게 말을 건다. 모든 공간에 클래식만 나오는 고장난 티비 이야기가 있다.


화자 훌은 꿈속에서 무언가에 쫓기듯이 상황에 휩쓸린다. 무엇을 위해 출발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맥락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그와 이야기하다 다시 길을 재촉한다.


친구 훌은 몽유병을 가지고 있다. 왜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알지 못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돌아다닌다. 꿈에서 깨었을 때 그는 쉬고 싶다. 몽유병은 다른 세계의 일이지만, 지금을 피곤하게 한다. 친구 훌은 새 이불을 덮고 티비를 끈채로 다시 잠을 잔다.


동료 훌은 사십 대가 되어서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스스로에게 뿌듯해한다. 그제서야 살아 있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품평하고 자랑한다.


읽다보면 '화자 훌', '친구 훌', '동료 훌'이 구분되지 않는다. 셋의 이야기는 구분되지 않고, 사건의 진행에 인과관계도 없으며, 과거의 미래의 구분도 모호하다. 모든 것에 우연이 깔려 있고, '문득'이 들어가 있다. 그건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편소설 '훌'을 읽으며, 처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을, 설명되지 않는 세상을 보았다. 



https://youtu.be/O3dIRAabO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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