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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거운 걸 들어야 근육이 붙는데, 근육이 없으면 무거운 걸 들 수 없다. 한 칸 한 칸 무게추를 늘리다보면 어느 날 근육이 붙기 시작한다. 추 올리는 재미와 근육 붙는 재미로 헬스장에 간다.
추 올리는 것에도 끝이 있고, 근육도 더 이상 늘지 않는 순간이 온다. 재미도 자연스럽게 사그러든다. 그때부턴 추가 내려갈까봐, 근육이 빠질까봐 겁이 난다. 그동안 힘겹게 들어올렸던 시간이 허망하게 사라져버릴까 두려워 헬스장에 간다. 방심하는 순간 한 방울 한 방울 모아 놓은 근육은 수문 열리듯 사라진다.
나에겐 글쓰기도 그렇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재밌지만, 읽고 쓰는 감각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다. 겨우겨우 늘려온 글쓰기인데, 이마저도 풍선 바람빠지듯 '푸르르' 떨며 쪼그라 들 것만 같다. 허름한 글이지만 감각과 표현이 둔해질까 걱정된다.
물론 쓰다보면 다시 재밌고, 스스로에 도취되어 쓴다. 읽고 쓰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재미와 두려움을 왔다갔다 할 것이다. 재미와 두려움 사이의 긴장을 즐기면서 읽고 쓸 것이다.
상대의 성취를 '태생'이나 '재능'으로 퉁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잘할 이유는 너무나 많고, 자신이 할 수 없는 환경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뭉게뭉게 생각하고 퉁쳐 말한다.
말과 생각만으로 되는 건 없다. 무언가를 해야 어딘가에 도달하고, 무언가를 유지할 수 있다. 재미와 두려움 사이에서 어떻게든 팔굽혀펴기 한 개라도 하고, 어디서건 책 읽을 짬을 내고, 실망스런 글이지만 이리저리 꾸역꾸역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