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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r 13. 2024

몸속의 병을 적으로 여기며 싸운다.

(당신이 옳다. 정혜신)(1/4)

https://blog.naver.com/pyowa/223382004811



10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과학은 비약적 발전을 했으며 지금이 최첨단이라고 말했다. 의학도 마찬가지다. 이제 미리 진단할 수 있고, 병을 고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호탕하게 단언했다.



과학과 의학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모른다'일지 모르겠다. 모르는 게 나와도 그들은 이럴 가능성도 있고, 이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모른다'는 말을 대신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치료도 해보고, 저런 치료도 해본다. 우리는 의사의 편에 서서 몸속의 병을 적으로 여기며 싸운다. 내 몸이 전투지역이므로, 전쟁이 길어질수록 내 몸은 폐허가 된다.



얼마전에 병원에 갔다. 모든 서비스는 비용과 효과를 비교해보고 고르지만, 병원은 그렇지 못했다. 비용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효과가 짐작되지도 않는다. 의사는 카운터의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상담하고 오라하고, 상담실장은 실손보험 있느냐를 제일 먼저 확인한다. 나는 이런저런 검사기기에 올려져 '정상'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정비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자동차는 결국 폐차된다. 의학이 발전하고 발전해 이것저것을 고친다해도 늙어가는 몸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 여기저기 메꿔놓고 떼워놓은 몸은 만지면 바스질 정도가 될 것이다. 의학은 우리를 몽롱하게 버텨 놓을 것이다. 한바퀴도 굴러갈 수 없는 겨우 시동만 걸리는 자동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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