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폐경,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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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폐경'은 단편소설집 '강산무진'에 실려 있다. 누군가 '언니의 폐경'을 읽어봤냐고 물었는데, 기억나는 게 없었다. 강산무진에 무슨 소설이 있었는지도 생각나지 않고, 읽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웠다.
조심스레 책을 꺼냈다. 밑줄도 있고, 메모도 있었다. 블로그 독서노트가 2012년 6월 20일이니 12년전에 읽었던 게다. 글에도 기력이 있는지 독서노트 내용은 빈약했지만 12년전 젊음이 느껴졌다.
생명이 운명을 거치며 늙어간다는 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비가 내리다 밤이 된다한들 내리지 않을 수도 없다. '밤비'라 불린다 불평해도 '밤비'라고 불릴 수 밖에 없다.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김훈의 묘사는 직관적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남편 애인의 머릿카락을 떼어낸다. 떨어지던 젊은 머리카락이 바닥에서 살짝 튀어오를 때 탄성으로 꿈틀거린다. 함께 살 이유가 없음을 깨닫는다. 운명은 그렇게 주인공을 거쳐간다.
사내가 다가오자, 그녀는 더 다가오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삶은 계속되었다.
(언니의 폐경,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