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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Mar 30. 2024

내 수수한 일과, 국가의 엄청난 일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3/4)

https://blog.naver.com/pyowa/223400237479



누구나 하루를 산다. 대부분 하루는 사소하고 수수하다. 자고 일어나 세 끼 밥을 먹는다.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으니 사소한 하루를 뭘로 채울지는 내가 결정한다. 누군가를 나를 중심으로 채우고, 다른 누군가는 바깥의 일로 채운다.


나를 중심으로 하루를 끌고가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아 소소한 것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천천히 걷고, 좋은 글을 읽고, 함께 밥 먹는 순간을 음미해야 한다.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음을 잊지않아야 한다. 내가 중요한만큼 다른 사람을 인정하며, 그들에게 어느 지점에서는 매력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를 침범하는 무엇이 다가오면 어느 지점에선가 후퇴하거나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주저하지 말자. 그렇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풍성하고 매력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바깥으로 하루를 채우는 사람들은 바람빠진 풍선처럼 정신없이 날라다닌다. 어느 순간 바닥에 주름져 있게 된다. 누군가 숨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뉴스와 유튜브를 섭렵하며 지식과 판단을 모은다. 국가는 내가 아니고 국가에 불과할 것인데도 나라걱정에 쉼없이 지식과 판단을 모은다. 유행에 뒤질새라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읽는다. 


품평에 품평이 더해져 자신의 생각인지, 기사에서 본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허겁지겁 바쁘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없다. 소소하고 수수한 것마저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 매력적일 수는 없다. 좀 더 고립되어 뉴스, 유튜브, 릴스, 페북을 본다. 일상 없는 하루를 정신없이 반복한다.


수수한 것도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영화가 된다. 내 주변의 수수한 것을 둘러보아야 한다. 그것이 내 이야기니까. 내 수수한 일과, 국가의 엄청난 일 중 무엇이 내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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